정부가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과제는 기간을 단축하거나 중단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해 정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연구 현장의 혼란이 커질 것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 과제가 일정 기간 발전적으로 수행되는 형태라서 기간 단축과 조기 중단은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2024년도 연구개발사업 종합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R&D사업에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예산 4조6909억원과 정보통신·방송 분야 연구개발 예산 1조1668억원 등 5조8577억원이 투입된다.
올해는 유례없는 대대적인 R&D 예산 삭감 기조에 계속과제 추진 가이드라인에도 관심이 쏠렸다. 대부분의 계속과제가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에 현장 연구자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도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듯 예산이 대폭 삭감된 과제에 한해 기간 단축이나 사업 중단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구비 감액 규모가 상당히 커서 연구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라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우선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 과제의 연구비가 대폭 삭감된 경우, 연구 책임자가 요청하면 연구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해주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3책 5공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2024년도 신규과제 진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비가 대폭 삭감된 계속 과제의 경우 연구자가 중단을 요청하면 특별평가를 거쳐 조정이나 중단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연구자의 귀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글로벌 R&D 사업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올해 글로벌 R&D 사업은 총 1조1406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기초연구가 7654억원, 기존 글로벌사업이 2682억원, 신규 글로벌사업이 1071억원이다.
글로벌 기초연구의 경우 연구자 스스로 국제공동연구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파견 연구, 초청/방문연구, 해외기관 연구시설·장비활용, 세미나/워크숍 등이 가능하다. 기존 글로벌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신규 글로벌사업은 정책지정(Top-down), 자유공모(Bottom-up), 혼합방식(Middle-up) 중에 연구자가 선택해서 추진하도록 했다. 글로벌 R&D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공동연구 매뉴얼은 이달 중에 나온다.
R&D 예산 삭감과 별개로 과기정통부는 '선도형 R&D 혁신으로 글로벌 과학기술·ICT 강국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연구자가 혁신·도전적인 R&D를 추진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하고, 첨단바이오, 주력기술(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양자기술 등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한 전략기술 확보 목적의 R&D 투자를 강화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