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새로운 건선 치료제의 실마리가 될 ‘CMKLR1 길항제(antagonist)’를 개발했다./pixabay

국내 연구진이 건조한 겨울철에 악화하기 쉬운 만성 피부질환 ‘건선’을 먹는 약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용철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새로운 건선 치료제의 실마리가 될 ‘CMKLR1 길항제(antagonist)’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CMKLR1(케모카인 유사 수용체 1, Chemokine-like receptor 1)은 면역계에서 세포 주화성을 담당하는 G 단백질 연결 수용체다. 주화성은 세균이 외부의 화학적 자극에 의해 이동하는 성질을 뜻한다.

건선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염증 질환으로,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특히 건조한 겨울철에는 더 악화하기 쉽다. 증상 완화를 위해 처방되는 경구용 면역 억제제는 장기간 사용 시 간독성이나 면역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최근 승인돼 사용되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사이토카인 중화 항체 약물로서 치료비가 비싸고 주사기를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부작용이 적고 경구로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건선 환자들의 혈액과 병변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케머린’이라는 신호전달물질에 집중했다. 케머린은 비만, 당뇨병 등과 관련이 있는 세포 신호전달물질 중 하나로 건선에서는 발병 초기 여러 면역세포를 병변으로 유도하여 건선 증상을 일으킨다. 이 신호전달물질의 수용체인 ‘CMKLR1′이 활성화되면 피부 주위 혈관으로 면역 관련 세포를 활성화하는 수지상세포를 모이게 하고 이들이 T세포와 각질형성세포를 자극해 건선 병증이 더욱 심해진다.

연구진은 CMKLR1의 활성을 저해함으로써 건선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을 제안했다. 합성의 기준이 되는 페닐인다졸 코어 스켈레톤(Phenylindazole core skeleton) 구조에 다양한 잔기를 도입해 화합물의 설계와 합성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CMKLR1의 활성도를 낮추는 길항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길항제는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CMKLR1의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했다. 경구 투여로도 높은 생체 내 흡수율이 확인돼 경구제제로 개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해당 약물을 건선을 유도한 마우스에 경구로 투여하였을 때 건선 병변의 각질, 홍반, 두께가 모두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완화 효과는 건선 평가 지표인 ‘PASI 점수’가 대조군 대비 30% 이상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PASI 점수(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는 건선 병변의 붉어짐, 각질, 두께 등을 계산해 건선의 심각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연구를 이끈 김용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없는 건선 치료에 새로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으로, CMKLR1의 활성도를 낮추는 길항제를 치료 방법으로 제시했다”며 “분자 모델링 연구를 진행해 CMKLR1의 구조와 약물의 결합 모드를 처음으로 예측해 앞으로 CMKLR1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약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메디시널 케미스트리(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10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2023), DOI: https://doi.org/10.1021/acs.jmedchem.3c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