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연구진이 북극 그린란드 이끼에서 신종 완보동물을 발견했다.
극지연구소는 29일 김지훈 극지연구소 연구원과 고생물연구팀이 2019년 그린란드에서 채집한 이끼에서 신종 완보동물을 발견하고, 라마조티우스 그로엔란덴시스(Ramazzottius groenlandensis)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라마조티우스는 생물 분류에 따른 이름으로, 그로엔란덴시스는 ‘그린란드’를 의미한다.
완보동물은 몸길이가 1㎜ 이하의 작은 동물로, 물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수한 가사 상태를 이용해 일반적으로 동물이 살 수 없는 조건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극지역이나 고산지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발견된다. 이번에 발견한 라마조티우스 그로엔란덴시스는 0.15~0.4㎜ 크기의 초식 동물로 미세조류를 먹으며, 등 쪽의 울퉁불퉁한 다각형 표면과 몸통에 보이는 여러 개의 갈색 줄무늬가 특징이다.
완보동물은 분류학적으로 이완보강(Class Heterotarigrada)과 진완보강(Class Eutardigrada)으로 나뉘는데, 이완보강은 진완보강과 달리 머리에 다수의 특징적인 감각기관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들은 물리적, 화학적 자극을 감지해 생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물곰은 분류학상 진완보강이지만, 이완보강과 같은 위치에 같은 개수의 머리 감각기관을 가지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신종 물곰이 완보동물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둘로 나뉘기 전 조상 모습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완보동물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92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진완보강 완보동물 화석이며, 조상 완보동물의 화석이나 형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김지훈 연구원은 “부족한 퍼즐 조각을 가지고 과거의 모습을 되살리는 것이 고생물학의 매력이자 어려운 점”이라며 “앞으로도 현생 동물과 화석을 복합적으로 연구해 완보동물의 진화 과정의 비밀을 더 밝혀내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주올로지컬 레터스(Zoological Letters)’에 지난 27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Zoological Letters(2023), DOI: https://doi.org/10.1186/s40851-023-00221-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