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뉴스1

한국이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16.6% 줄이기로 한 가운데 민간의 R&D 투자도 변변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혁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정보분석센터 부연구위원은 '2021년도 세계 R&D 투자 상위 기업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기업 R&D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 집행위원회(EC)가 세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매년 발표하는 '유럽연합(EU) R&D 스코어보드'를 바탕으로 한다.

전 세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의 R&D 투자액은 1조939억 유로(1560조원)로, 전년보다 14.8% 증가했다. 민간부문 R&D 투자가 1조 유로를 넘어선 것은 2004년 R&D 스코어보드가 발간된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 기업의 R&D 투자는 4분의 3 이상이 ICT 생산(22.6%)과 ICT 서비스(19.8%), 의료 산업(21.5%), 자동차·운송수단(13.9%)에 집중됐다. ICT 분야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제조 중심이 한국과 대만, 중국 같은 아시아로 옮겨오면서 R&D 투자액이 늘었다. 유럽은 최근 자동차 부문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자동차 부문에 40% 이상을 투자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21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에는 미국이 822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이 678개, 일본이 233개, 유럽이 361개로 뒤를 이었다. 53개사가 이름을 올린 한국은 전년(60개사)보다 R&D 투자 상위 기업이 줄었다.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에는 독일(114개)과 영국(95개), 프랑스(57개), 스위스(57개)보다 기업 수가 적었다.

1위인 미국은 2021년 4397억 유로(627조605억원)로, 전 세계 기업 R&D 투자액 점유율이 40.2%에 달했다. ICT 생산·서비스와 의료 산업 분야에서 R&D 투자를 주도했다. 중국은 같은 기간 1959억 유로(279조5473억원)를, 일본은 1138억 유로(162조3914억원)를 기업들이 투자해 각각 17.9%와 10.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ICT 분야 기업 R&D 투자액이 유럽보다 많았다.

한국 기업들은 2021년 343억 유로(48조9457억원)를 투자해 전 세계 기업 R&D 투자액 중 3.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6위를 차지한 삼성전자(005930)만 유일하게 R&D 투자 상위기업 50위 내 진입했다. 특히 한국은 2019년까지 기업 R&D 투자액 증가율이 5%를 넘었지만, 2020년 이후 1~2%대로 감소했다. 투자 비율은 전자·전기장비가 52.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자동차(11.9%)와 기술 하드웨어(9.7%), 레저용품(7.8%)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2021년 R&D 투자액이 전년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한국 기업은 씨젠(096530)(191.1%), 일동제약(249420)(64.5%), LX세미콘(108320)(41.8%)이다. 반면 R&D 투자액을 많이 줄인 곳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59.9%),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40.7%), 셀트리온(068270)(-33.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