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가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신현종 기자

수학으로 생명현상을 밝히는 김재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 CI(KAIST 교수)는 24일 “매일 규칙적으로 잠을 자도 매일 피곤한 사람이 있다”며 “수학으로 사람마다의 수면 패턴을 파악해 가장 양질의 수면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CI는 이날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IBS 공동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수면 질환을 앓고 있지만, 병원에 가는 사람은 겨우 1%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CI는 국내 수리생물학 분야의 대표적인 유망주로 꼽힌다. 수리생물학은 생명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학 이론을 개발하고 응용하는 분야를 말한다. 현미경 등장과 생물 분류법, 진화론, 멘델의 유전법칙,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 등 생물학의 5가지 혁명에 이은 6번째 혁명이라고 불린다.

김 CI는 “21세기 들어 수학과 생물학이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생명과학자들이 찾은 지식을 수학으로 번역해 컴퓨터로 생명 시스템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며 “수학은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리생물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 확산을 예측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김 CI는 최근 수면 패턴을 바탕으로 수면과 관련된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잠을 잘 때는 수면 압력(잠을 자고 싶은 욕구)과 일주기 리듬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며 “일주기 리듬에 따라 달라지는 수면 압력이 역치(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최소 자극)를 넘어서면 사람은 잠을 자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면 패턴(상단)에서 수면 압력과 일주기 리듬(하단)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결과./기초과학연구원(IBS)

문제는 이 두 요인은 직접 측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김 CI는 여기에 착안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시계로 수면 패턴을 측정해 수면 압력과 일주기 리듬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그는 가속도나 유체의 흐름처럼 변수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대상의 상태를 분석하는 ‘미적분’ 개념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김 CI는 “미적분은 현재의 측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가 관심 있는 미래의 상태를 예측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김 CI는 이런 미적분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마다 최적의 수면 패턴을 찾고, 사람이 자고 깨는 적당한 시점을 평가하는 알고리즘까지 개발했다. 만약 수면 압력이 커서 계속 자고 싶은데 일어나면 충분한 수면을 하지 못한 것이다. 김 CI는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도 조건에 따라 충분할 수도,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평균 7시간 수면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일주기 리듬과 수면 압력에 따라 10시간 자도 모자라거나 4시간 자도 넘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CI은 이날 업무 강도가 높은 간호사들의 수면 시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개했다. 김 CI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평균 수면 시간이 비슷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밤낮 상관없이 평균 수면 시간을 7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그룹은 매일 피곤함을 느끼지만, 밤에는 많이 자고 낮에는 적게 자는 식으로 조절하는 그룹이 피곤함을 덜 느꼈다.

김 CI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런 기초 연구 정보를 바탕으로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웨어러블 장치가 수집한 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잘 자고, 잘 깨는 비결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 CI는 “내일 일하고 싶은 시간에 맞춰 각성 상태를 최대화할 수 있는 수면 패턴을 제시해 근무 중 졸림을 해결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스마트폰 앱 슬립웨이크(SleepWake)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앱으로 무료로 배포해 가급적 많은 사람이 쓰도록 지원하겠다”며 “지금까지도 수면 패턴을 수학으로 해석해온 것처럼 수리생물학 기반으로 생체 시스템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