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2월 달탐사선 아폴로 8호를 타고 인류 최초 달 궤도 비행을 했던 우주인 한 사람인 프랭크 보먼이 9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달 궤도를 10번 돈 업적은 이듬해 닐 암스트롱이 탄 아폴로11호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달 착륙을 할 수 있게 했다. 보먼은 달 뒤편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인류 최초로 달에서 지구가 뜨는 ‘지구돋이(earthrise)’를 목격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7일 “프랭크 보먼 전 NASA 우주비행사가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인류 최초 달 탐사를 한 것 외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을 만큼 우주와 항공, 탐험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보먼의 가장 알려진 업적은 다른 우주비행사 두 명과 함께 인류 최초로 달 탐사를 한 일이다. 그들은 1968년 12월 21일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아폴로 8호를 타고 달로 떠났다. 3일간 달 궤도를 10번이나 돌며 약 60마일(96.5㎞)을 비행했다. 바위가 많은 황량한 지형을 촬영해 향후 다른 우주비행사들이 어느 지점에 착륙하면 좋을지 찾아내기도 했다. 같은 달 27일 지구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들은 궤도선에서 전해지는 생방송을 통해 성경의 창세기 구절을 읽었다. 당시 보먼은 “여러분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지구에 이는 여러분 모두에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공군 장교였던 보먼은 전투기 조종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NASA의 우주비행사로 합류했다”며 “최고의 우주비행사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기억했다.
보먼은 생애 동안 우주 비행을 두 번 했다. 아폴로 8호 사령관이기 앞서, 제미니 7호를 타고 지구 저궤도에서 14일간 비행해 인류 최초 ‘랑데부’를 성공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랑데부란 우주공간에서 유인 우주선끼리 맞닿는 것을 말한다.
1965년 12월 보먼은 2인승 우주선인 제미니 7호를 타고 우주에서 14일간 지냈다. 제미니 7호는 지구궤도를 돌다가 제미니 6A호와 랑데부했다. 우주비행사가 달에 도달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앞서 성공시킨 셈이다.
우주비행사로서 여러 업적을 남긴 보먼은 1970년대 당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항공사 이스턴에어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결국 이스턴에어라인의 대표이사가 되었고 1976년에는 이사회 의장이 됐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아버지와 함께 모형 비행기를 만들던 10대부터 비행기에 대한 매력이 푹 빠졌다”며 “15세에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비행수업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비행에 대한 꿈을 오랫동안 꾸었고 실제로 이룬 사람이다.
넬슨 국장은 “보먼은 ‘탐험은 인간 정신의 본질’이라고 말하며 탐험의 중요성을 알았던 사람”이라며 “그의 업적은 지금 달 유인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새로운 업적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