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헬륨 공급망 역할을 한 미국 정부가 연방 헬륨 저장소를 판다. 품질이 좋은 헬륨은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자기공명영상(MRI) 장비에 쓰인다. 과학계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헬륨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미국 압축가스협회(CGA)와 반도체·의료·항공우주 관련 단체는 미국 연방 정부의 헬륨 저장시설 매각이 필수적인 헬륨 공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성명을 지난달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내년 초 국토관리국(BLM)이 보유한 텍사스주에 있는 대규모 헬륨 저장시설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미국은 군용 비행선과 각종 연구에 쓰이는 헬륨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가스를 비축하고, 100년 가까이 헬륨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 저장시설에 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헬륨 저장시설 매각도 비용 회수가 목적이다.
과학계가 헬륨 공급의 불안정성을 걱정하는 것은 헬륨이 연구에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헬륨은 공기보다 가볍고 반응성이 낮아 반도체처럼 민감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유용하다. 섭씨 영하 269도까지 냉각할 수 있어 양자 컴퓨터와 MRI 장비 내부에 초전도체를 냉각하는 데 필요하다.
다만 헬륨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제한적이다. 헬륨을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과 카타르, 알제리, 러시아 4개국 정도다. 헬륨은 지각 깊은 곳에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서 형성된다. 공기보다 가벼워 금방 날아가는 성질을 가지는데, 특정 지역에서는 헬륨이 암석에 갇혀 매장된 형태로 발견된다.
과학계는 연구에 필요한 헬륨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고급 헬륨 가격은 2000년 1㎥당 1달러 정도였지만, 2020년엔 11달러로 올랐다. 특히 미국 연방 정부는 연구자들에게 헬륨을 값싸게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중단될 경우 과학자들이 헬륨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소피아 헤이즈(Sophia Hayes) 미국 워싱턴대 화학과 교수는 사이언스에 "미국 연방 정부의 헬륨 저장시설 매각이 과학자들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과학자들이 항상 헬륨 공급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m7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