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일단의 과학자들이 상온초전도체라며 내놓은 LK-99의 검증을 목표로 출범시킨 검증위원회가 이달 말 활동을 마친다. 국내 8개 대학 연구이 참여한 검증위는 공식 활동을 끝내고 추가 검증은 개별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외에선 박막 형태의 LK-99에 대한 검증을 새롭게 시도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LK-99 검증위원회’는 이달 말 활동을 마치고 그간의 연구 성과를 담은 백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위원장을 맡은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장)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최근 검증위 활동에 큰 진전은 없었다”며 “현재 검증위 마무리를 준비하면서 백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점은 이달 말쯤”이라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은 지난 7월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납 기반 상온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상온에서도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온 초전도체는 에너지·반도체·통신을 비롯한 산업 전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물질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8월 2일 LK-99 논란이 주식 시장에서 테마주 열풍을 불러 일으키면서 사회·경제로 번지자 국내 연구진으로 구성된 검증위원회의 발족을 선언했다. 국내에 LK-99 관련 보도가 시작된 이후에도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던 국내 과학계가 공식적으로 과학적 결론을 내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검증위는 출범 이후 5차례 브리핑 자료를 내고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 활동을 마치면서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여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검증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대학 교수는 “LK-99 샘플의 재현성도 떨어지고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만 한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대다수의 연구진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LK-99 검증을 해 왔으나 아직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대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증위의 결론이 나오더라도 당분간 LK-99를 둘러싼 논란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LK-99의 검증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새롭게 검증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미국 채프먼대는 이달 4일 아르멘 굴리안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LK-99 박막의 상온 초전도성을 검증하고 활용 방안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산하 해군연구청(ONR)에서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를 지원 받아 이뤄지는 이번 연구는 기존 검증과 다르게 결정 상태가 아닌 박막 상태에서 시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검증은 주로 LK-99 물질의 결정을 가지고 이뤄졌다. 통상 물성 연구에선 결정 연구를 하고 얇은 막 형태인 박막 연구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굴리안 교수는 “LK-99 박막의 초전도성을 탐구할 계획”이라며 “만일 박막이 초전도성을 갖는다면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 소자 재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도 지난 7월 국내 학술지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LK-99를 열증착해 순도 높은 박막으로 제조시 저항이 크게 떨어진다는 자료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카이브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박막 형태의 LK-99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실제로 해외 대부분의 연구진에서도 박막 형태의 LK-99는 연구되지 않고 있다.
당초 이 소식은 국내에서 미 해군이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인정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단계라고 전해지며 주식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박막 형태의 LK-99에 대한 정보가 워낙 부족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의 연구로 보고 있다.
검증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대학 교수는 “일반적인 물질 연구에서는 결정 형태의 특성이 파악된 다음 단계로 박막 연구를 하지만 LK-99는 결정에서도 초전도성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LK-99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한 연구지만 상용화를 준비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논문이 학술지에 정식으로 소개되면 입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는 18일 조선비즈와 전화통화에서 “박막 형태의 LK-99도 이미 우리가 실험하던 물질이고 실험 결과도 논문으로 발표한 상황”이라며 “논문은 현재 학술지에서 요청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8.0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