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의 핵심 소재인 중성자흡수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존 제품보다 성능도 우수해 전 세계 5조원 규모의 관련 산업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영범 한국원자력연구원 자료안전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6일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중성자흡수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소재에 '코나스(KONAS)'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성자흡수재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봉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핵연료봉에서는 핵분열로 나오는 중성자가 다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사용이 끝난 핵연료봉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중성자를 흡수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보관 용량을 높이는 조밀저장대나 보관 안전성을 높이는 건식 저장시설에서 중성자흡수재는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그러나 아직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미국,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중성자흡수재는 알루미늄 붕소탄화물을 활용해 중성자 흡수 단면적이 넓고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어 성능이 뛰어나다. 다만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져 쉽게 부서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속 지지체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같은 방식은 낮은 열 배출 효율과 비싼 제작 비용이 필요하다.
원자력연 연구진은 기존 중성자흡수재의 단점을 해결한 원천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400여종의 합금의 성능을 평가해 외부 충격에 강한 티타늄 금속 기반의 중성자흡수재를 찾고 열 처리 기술도 확보했다.
이번에 개발한 중성자흡수재의 성능은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에서 실험했다. 실험 결과, 중성자흡수 성능은 해외 소재보다 1.6배 가량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변형에 저항하는 힘의 크기인 항복강도는 2배,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은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티타늄 금속 기반 중성자흡수재를 활용하면 금속 지지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핵반응을 제어하고 구조적인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약 40만톤(t)에 달하고 관련 시장은 170조원을 넘는 만큼 산업적인 가치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중성자흡수재 소재 산업으로 한정해도 5조원 규모의 대형 시장이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국내 산업체 기술이전을 추진해 중성자흡수재 코나스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