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제도 혁신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글로벌TOP 전략연구단 사업은 1000억원 규모의 출연연 통합 예산을 블록 펀딩 형태로 지원해 운영된다./연합뉴스

내년부터 새로 시작하는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연구단에 예산 집행의 자율권을 주는 ‘블록 펀딩’을 도입해 자율적인 경쟁과 연구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규모 제한 없이 우수한 연구에 나서는 연구단에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사업비는 블록펀딩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은 내년에 새로 시작되는 연구비 지원 제도다. 그동안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별로 연구비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출연연간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개별 출연연이 아닌 연구단 단위로 지원하는 제도다. 출연연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과기정통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나서는 연구단에 1000억원 한도에서 제한 없이 연구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출연연이 중심이 되지만 필요에 따라서 출연연 외의 연구기관이나 해외 연구기관도 연구단에 참여하거나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은 1000억원의 예산 규모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운영 방침은 알려진 바 없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과기정통부는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을 블록펀딩 형태로 운영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블록 펀딩은 연구기관의 고유 목적과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연구 방향과 예산 총액만 결정하고, 각 기관이 예산 집행 자율권을 갖는 방식이다.

출연연 간 칸막이를 없애고 여러 기관의 자율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글로벌TOP 전략연구단의 도입 취지인 만큼 연구단 운영도 최대한 자율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영국 분자생물학연구소, 미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해외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블록펀딩과 유사한 형태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원 기간은 최대 5년이고, 연구단 선정과 평가는 국내외 석학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평가단을 꾸려서 진행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차세대 원자력 분야를 제외하고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며 “통합 예산을 마련하고 기관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