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우주 인터넷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지난 5일 오후 2시(한국 시간 6일 3시)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자사 인터넷 통신 위성 2기를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 V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아마존의 위성은 카이퍼(Kuiper)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아마존은 수년 내 지구 저궤도에 3200기 이상의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카이퍼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 인터넷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는 인터넷 통신용 위성 1만2000여기를 우주에 띄울 계획이다. 지난 5일 발사까지 5178기를 발사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4800여기가 작동하고 있다.
◇스페이스X 이어 아마존도 우주 진출
아마존의 카이퍼샛(KuiperSat) 1, 2호는 이날 지구 상공 500㎞ 궤도에 진입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부터 카이퍼 프로젝트에 100억달러(13조 49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인터넷 통신은 소비자의 단말이 기지국과 무선 통신을 하고, 기지국 사이는 광케이블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위성을 이용하면 시차 없이 어느 곳이나 통신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우주 인터넷은 지상 기지국과 위성 사이 통신으로 진행된다. 기지국이 바로 위 위성으로 정보를 보내면, 위성들이 레이저 통신을 통해 원하는 지역 상공의 위성까지 정보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최종 주자인 위성이 바로 아래 지상으로 정보를 보낸다.
영국도 우주 인터넷 경쟁에 뛰어들었다. 원웹(OneWeb)은 위성 620기로 우주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했다. 우리나라 한화시스템이 원웹에 투자해 이사회에 들어갔다. 캐나다, 유럽, 중국과 미국의 여러 기업도 우주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 선발 주자를 추격하고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마존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우주 인터넷용 주파수를 허가받았지만, 이에 따라 2026년 7월까지 최소한 카이퍼 시스템의 절반을 지구 궤도에 구축해야 한다. 최종 완성 일정은 2029년 7월로 잡혀있다.
일정을 맞추려면 위성 발사 로켓이 많이 필요하다. 아마존은 이미 여러 로켓 업체와 100회 이상의 위성 발사 계약을 맺었다. 스타링크 위성은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베이조스 역시 자신이 세운 우주 기업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으로도 우주 인터넷용 위성을 발사하려고 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4월 83기의 로켓을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다. 블루 오리진에서 27기를 구매하고, 나머지는 프랑스의 아리안스페이스(Arianspace)와 미국의 ULA에서 구매했다. 아직 시험 비행을 하지 않은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New Glenn),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 6과 ULA의 벌컨(Vulcan)도 포함됐다. 아마존은 앞서 ULA와 이번에 발사한 아틀라스 V 로켓 9기를 구매했다.
◇달 착륙선, 우주로켓에서도 머스크와 경쟁
베이조스가 우주 인터넷 경쟁에 본격 참여하면서 머스크와의 우주 경쟁이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조스는 지난 5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달 탐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반세기 만에 추진하는 유인(有人)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을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 달착륙선 개발업체로 지정된 것이다.
나사는 지난 2021년 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십(Starship)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 착륙선으로 결정됐다. 베이조스는 당시 블루문(Blue Moon) 이 탈락하자 무상 투자까지 거론하며 달 탐사 참여 의지를 보였다. 나사는 이번에 블루문 착륙선이 달 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와 도킹(결합)하고 달을 오갈 수 있도록 설계와 제작, 시험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우주로켓에서도 머스크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팰컨9 로켓으로 국제우주정거장 화물과 우주인 수송을 맡고 있다. 우주 인터넷용 위성도 자사 로켓으로 발사하고 있다.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뉴셰퍼드(New Shepard) 로켓으로 우주관광은 성공했지만, 위성 발사는 하지 못했다.
블루 오리진도 위성 발사를 위해 뉴글렌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나사는 지난 2월 화성 자기권 무인(無人) 탐사선을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로켓으로 발사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뉴글렌은 높이 98m, 지름 7m의 2단형 로켓으로,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존 글렌의 이름을 땄다. 액체산소와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쓴다. 지구 저궤도에는 45t 무게의 탑재체를 쏘아 올릴 수 있으며, 달이나 화성 같은 심우주는 13t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나사는 우주 발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난해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 로켓랩, 파이어플라이 등 우주로켓 개발업체 13곳과 우주 발사 대행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규모는 3억 달러이다. 이 중 블루 오리진의 화성 탐사선 발사는 20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별 가린다” 천문학계 반발도 거세
우주 인터넷 경쟁이 격화되면서 천문학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년 내 위성 수만기가 400~1200㎞의 낮은 고도에서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2020~2022년 사이에 활성화된 위성 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천문학계는 지구 궤도를 도는 수많은 위성에서 반사된 빛이 천문 관측을 방해한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6만5000기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가정하면 반사된 햇빛으로 밤하늘이 0.5%까지 밝아진다고 추산했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GFZ) 연구진이 지난 1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22년 밤하늘의 밝기가 연간 9.6%씩 증가했다.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250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100개 정도밖에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이 늘면서 우주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