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5일 시작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2차 방류 현장. 과학계에서는 오염 처리수가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대중들의 우려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 영국·호주 국제 공동 연구진은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보다 방사성 수치가 높은 사례와 비교해도 여전히 안전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EPA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 도쿄전력이 5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하고 있던 오염수에 대한 2차 방류를 시작했다 이달 23일까지 이뤄지는 이번 방류에서는 1차 방류 때와 비슷한 양인 7800t의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방류 전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충분히 희석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주변 국가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영국 포츠머스대와 호주국립대, 호주 커틴대 연구진은 6일(현지 시각) "인류 최악의 사고 중 하나인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근 지역의 수생 생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사고 규모가 이보다 작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인류 건강과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짐 스미스 영국 포츠머스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이 계획한 그대로 오염수가 처리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큰 위협은 없을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방사능 농도가 1000배 높은 체르노빌에서도 수생 생태계가 놀라울 정도로 회복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8월부터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선 핵종을 처리한 후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오염수에 있는 방사선 핵종을 제거한 이후 처리된 상태로 방류하면 오염 피해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과학계에서도 일본의 계획대로 처리가 이뤄지면 환경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 정부와 협력해 오염수가 안전하게 방류될 수 있도록 감시와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염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는 주변국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운동연합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 오염수를 방류한 사례가 없으며 영향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 방류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계획보다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됐을 때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계획에 따라 방류되는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는 연간 22T㏃(테라베크렐) 수준이다.

프랑스에 있는 라 헤이그 원전은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방사성 삼중수소를 매년 1만T㏃(테라베크렐) 규모로 방류하고 있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를 사람에게 축적되는 양으로 계산하면 연간 0.01μSv(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이지만 방사능 노출 권장 한계치인 1000μSv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캐나다의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인근 강물로 1L당 2만1900㏃의 냉각수를 방류하고 있다. 절대적인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부피당 방사능 수치는 라 헤이그 원전의 냉각수보다 400배 가량 높다. 생명체의 DNA 손상을 유발하는 수준이지만 실제 현장 조사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2019년 영국 셀라필드에서도 삼중수소를 방출해 인근 지역의 해산물 소비량이 감소하기도 했으나 실제로 오염 수치를 확인했을 때는 천연 상태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들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보다 높은 수치의 방사능 오염 물질을 방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방사성 핵종이 생명체에 축적돼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삼중수소가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같은 원소인 만큼 생명체에 축적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구진도 인정했다. 그러나 이를 수치적으로 계산했을 때는 시간당 0.005µGy(마이크로가이) 수준의 피폭이 이뤄져 비행기에서 받는 방사선 피폭보다도 낮은 수치로 예상됐다.

스미스 교수는 "여러 가지 사례와 비교했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라며 "인류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에서도 수생 생태계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불안감이 어업 종사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실험이 이뤄진 태평양에서는 이미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으나 아직 이에 따른 피해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처리 과정은 면밀히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대신 우리는 기후 변화, 남획, 플라스틱 오염처럼 당장 마주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사고가 난 원자력발전소와 가동 중인 원전 주변 지역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장기적 영향을 살핀 것으로 방사성 물질의 바다 방류가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장하는 일부 해양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의 이후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주목된다.

참고자료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i5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