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일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따른 학생 인건비 피해가 크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연구중심대학 총장들을 만나 "R&D 예산 삭감에 따른 피해가 학생연구자나 신진연구자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살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충남대, 포항공대, 한양대, KAIST, UNIST, DGIST, GIST 총장들이 참석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개발 및 디지털 권리장전 추진계획 실무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은 내년도 주요사업비가 삭감됐고, 나머지 대학들도 국가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연구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연구비가 줄면 학생연구원들이나 박사후연구원 등 청년 연구자들의 인건비가 줄거나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월말 연구중심대학 학생회들이 일제히 "과학자를 존중하라"며 항의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 R&D 비효율 개선을 내세우며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청년 연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고심하고 있다. 이 장관을 비롯한 과기정통부 간부들이 청년 연구자를 중심으로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이날 주요 대학 총장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학생 인건비 문제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대학들도 피해를 받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학생들이 인건비 걱정 없이 연구나 학업을 할 수 있게 문제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R&D 비효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소통 부족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투자가 세계 2위라고 하지만 절대액을 비교해보면 세계 1위인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중국, 일본, 독일보다도 적은 수준"이라며 "큰 틀에서 국가 전략기술과 혁신,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단순히 내년 예산을 삭감하냐 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 R&D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조금 더 일찍, 더 자주 있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정부의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며 "연구자에 대한 처우개선은 예산과 상관없이 인센티브나 세금 혜택 같은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번 예산 삭감 소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룹이 청년과 신진연구자들"이라며 "KAIST는 최대한 학생 인건비와 박사후연구원 비용은 줄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인 풀링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풀링제는 대학의 연구책임자가 수행하는 국가 R&D 사업의 외부인건비를 기관이 통합 관리하는 제도다. 연구비 유용을 막고 학생연구원에게 안정적으로 인건비가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다. 풀링제 대상을 확대하고, 대학이 적립해놓은 돈을 학생 인건비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