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하지 장애인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일어서서 이동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 휠체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 장애인이 공간적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은 하지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계단을 오르내리는 계단 등반 모듈과 일어서서 이동하고 탑승한 상태에서 눕고 기울이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스탠딩 모듈을 구현한 로봇 휠체어 개발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기존에도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와 일어서서 이동할 수 있는 휠체어가 각각 있었다. 하지만 두 가지 형태의 모듈을 하나로 통합한 것은 기계연이 처음이다. 박찬훈 기계연 AI로봇연구본부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먼저 휠체어의 바퀴 역할을 하는 'ㄹ'자 모양의 크롤러를 설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치인 '계단 등반 모듈'을 개발했다. 평상시에는 휠체어 내부에 감춰져 있다가 필요할 때 하강해 작동한다.
또 연구진은 평행 사변형 구조의 독특한 기구 구조와 자중보상기술을 적용한 '스탠딩 모듈'도 개발했다. 자중보상기술은 로봇 자체를 동작시킬 때 필요로 하는 힘(토크)을 최대 80%까지 낮췄다. 이 모듈은 휠체어에 탑승한 상태에서 일어서거나 눕거나 하는 식으로 자세를 바꾸는 기능이 있다.
연구진은 기존 휠체어보다 계단 등반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ㄹ'자 형상 크롤러가 계단 모서리와 디딤판을 동시에 지지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메커니즘 없이도 크롤러의 하강과 상승 구동만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설계 구조도 단순화했다.
로봇 휠체어 이용자는 탑승한 상태에서 자세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어 압력 집중을 해소하고 욕창 방지와 혈액순환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세를 변환하는 스탠딩 모듈이 휠체어와 일체형이 아닌 독립 모듈 구조로 되어 있어 다양한 휠체어에 큰 설계변경 없이 쉽게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크롤러가 아닌 원형의 바퀴만으로도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변형 휠'의 원천기술도 개발했다. 휠 표면에 변형 방향에 따라 블록의 거리가 달라지는 특수한 체인 블록이 있는데, 이는 연구진이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모사해 물체가 모양이나 부피 변화에 저항하려는 '강성 조절' 메커니즘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다.
변형 휠은 평지에서는 일반 휠처럼 원형을 유지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휠의 강성이 낮아지면서 장애물의 형상과 같도록 변형된다. 따라서 계단과 같은 장애물이 휠과 맞닿아 보다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추후 로봇 휠체어에 적용해 휠만으로도 평지의 고속 이동과 장애물 극복이 모두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박 본부장은 "기존의 휠체어 기술은 단순한 이동 수단 제공에만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로봇 휠체어 기술은 하지 장애인이 기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된 시설과 인프라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목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향후 개발된 기술을 신속히 확산해 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따뜻한 로봇 기술 개발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