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양자점(quantum dots)을 발견하고 합성법을 개발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123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수상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되는 혼선을 겪기도 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의 공식 발표 4시간 전에 유출된 수상자 명단을 본 한국 과학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혀온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없었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정보분석 서비스기업인 클래리베이트는 2020년 현 교수와 이번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함께 유력한 노벨 화학상 후보로 꼽았다. 두 사람은 나노결정(Nano Crystals) 합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2020년 노벨상에 유력한 과학자로 선정된 현택환 교수가 서울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현 교수는 아쉽게 이번에 노벨상 수상자에 들지 못했다./조선DB

하지만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 명단에 바웬디 교수만 들어가고 현 교수는 이름이 빠진 것이다. 같은 연구에는 상을 잘 주지 않는 노벨상의 성격을 감안하면 현 교수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현 교수는 이날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현 교수는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세 사람의 연구 성과와 업적이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데에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양자점에 대한 이론적인 발견에 먼저 노벨상을 주고 시간이 흐른 뒤에 합성법을 찾은 과학자들에게 따로 노벨상을 줬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80)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Ekimov·78)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연구원은 양자점을 발견하고 이론적인 정립을 한 과학자들이다. 반면 바웬디 교수는 1993년에 양자점의 균일한 합성법을 개발했다.

현 교수는 바웬디 교수의 합성법에서 더 나아갔다. 현 교수는 실온에서 온도를 천천히 올리는 방식으로 나노입자를 대규모로 균일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찾아 이 결과를 2001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발표했다. 현 교수의 대량 합성법 덕분에 양자점이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계에 활용될 수 있었다.

현 교수는 “2020년 클래리베이트의 발표 이후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바웬디 교수가 실제로 상을 받았으니 나도 후보에 이름이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적어도 노벨상을 받는 연구자들과 같은 레벨로 연구했다는 것, 그래서 나도 노벨상급 연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겠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양자점 연구에 노벨상이 돌아간 데에는 삼성전자(005930)의 공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나노 분야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는데 실제로 나온 대표 상품을 꼽으면 모두가 퀀텀닷 디스플레이, 다시 말해서 삼성전자의 QLED TV를 이야기한다”며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삼성전자에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JACS(2001), DOI : https://doi.org/10.1021/ja016812s

Nature materials(2004), DOI : https://www.nature.com/articles/nmat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