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노벨 과학상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좋은 연구 성과를 낸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달 29일 "노벨상 수상자들은 핵심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 이상 후에 상을 받으며 그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이프러스(키프로스) 카사칼리지 연구진이 네이처 자매지인 '인문사회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지난 60년 간 2배 가까이 늘었다.
가장 오래 걸리는 분야는 화학상이다. 지난 10년 간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핵심 연구를 완성한 지 평균 약 26년 만에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물리학상은 평균 약 28년, 화학상은 평균 약 30년 만에 수여됐다.
20세기 전반기에는 30대 연구자가 노벨 과학상을 받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산토 포투나토(Santo Fortunato) 미국 인디애나대 정보학및컴퓨팅학부 교수가 2014년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에는 이렇게 젊은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는 사례가 전혀 없다.
핵심 연구 후 20년 이상 지난 뒤 노벨상을 받는 경우는 1940년 이전에는 물리학상 11%, 화학상 15%, 생리의학상 24% 정도였다. 하지만 1985년 이후에는 물리학상 60%, 화학상 52%, 생리의학상 45%으로 대폭 늘었다. 당연히 노벨상을 받기까지 시간이 늘어나면 수상자의 평균 연령도 높아진다. 포투나토 교수는 이번 세기 말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예상 수명을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안 인(Yian Yin) 미국 코넬대 정보과학부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매년 획기적인 연구 성과의 (절대적인)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노벨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는 사람의 수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인 교수는 "일부 연구 성과는 마치 '잠 자는 숲속의 미녀'처럼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 의미가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구 성과 자체는 많아졌으나 과학계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대단한 연구 성과는 줄었음을 뜻한다는 시각도 있다. 포투나토 교수는 "최근 이러한 대규모 연구 성과는 줄고 있지만 실제로 발생한다면 과거보다 빠르게 인식된다"며 크리스퍼-캐스나인(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예로 들었다.
크리스퍼 가위 개발자인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미국 UC 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는 개발 8년 만인 2020년 노벨화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만큼 의과학계에서 엄청난 혁신을 이루고 인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음을 인정받은 셈이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개발된 mRNA 백신 성과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다.
포투나토 교수는 노벨상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결국 노벨상을 마땅히 받아야 하는 연구자들이 수상 기회를 놓치는 불행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벨위원회는 아직 살아 있는 연구자들에게만 수상하는 규정을 따르고 있다.
올해 노벨 과학상은 이달 2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3086-3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2022) DOI: https://doi.org/10.1057/s41599-022-01418-8
Nature(2014) DOI: https://doi.org/10.1038/508186a
The Nobel Prize https://www.nobelpriz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