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항공우주국(NASA)을 꿈꾸는 우주항공청의 연내 설립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의견 청취를 마치고 이달 25일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에서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과방위 산하 안건조정위원회가 개최한 이날 공청회에는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러지 대표, 손재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신명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참석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우주 전담 기구가 시급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일치했다. 특히 산업계의 절박함이 컸다. 박재필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우주부가 됐든 우주청이 됐든 상관이 없다"며 "거버넌스의 공백이 생기다 보니 우주산업 생태계가 발전하기가 힘들다. 우주 전담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재일 회장도 "우주개발 후발주자인 에티오피아나 케냐, 짐바브웨 같은 국가도 우주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행을 하고 차츰 보완하면서 전문성이 확보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가 준비하는 우주청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시수 대표는 "우주청이 생기면 국제협력이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라며 "정부가 제시하는 안은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역할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구체적으로 우주청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파트너가 돼야 하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외청으로 설립되면 NASA 입장에서는 협력의 주체가 과기정통부인지 우주청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명호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제시한 우주청은 우주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우주 전담 기관을 참고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안건조정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로만 진행됐다. 여야 위원들의 종합토론은 25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우주청특별법 처리 여부도 이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우주청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목표로하는 우주청 연내 설립을 위한 마지노선이 9월이기 때문이다. 10월로 미뤄지면 국정감사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올해 안에 법안 처리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주청의 조직과 위상, 특례 여부를 놓고 여야 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 정부와 여당은 우주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의 형태로 만들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차관급 조직인 우주청으로는 여러 부처의 이견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조직 설립 초기에는 여러 부처에 나눠진 우주 관련 기능과 역할을 우주청으로 모아야 하는데 국무회의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우주청장이 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우주위원회 아래에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해 우주청의 역할을 맡기자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야당의 방안에도 한계는 뚜렷하다. 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우주 정책을 집행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행정기관의 모습으로 (우주청이) 출범하는 게 타당할 것 같다"며 "나중에 부로 승격하더라도 처음에는 효율적으로 작고 강한 조직(청)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우주청은 300여명 규모로 출범하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 같은 우주 관련 연구기관을 센터로 두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반면 야당이 언급한 우주전략본부 체제는 규모가 우주청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우주청에 주어지는 각종 특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제출한 특별법은 우주청장에게 절대적인 임용 권한을 부여하고, 우주청 직원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이 있더라도 매각하거나 신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특례를 유지한다면 우주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주청장에게 엄청난 권한을 줄 것이라면 인사청문회를 받아야 되지 않겠냐"며 "이런 엄청난 권한이 주어지는 자리라면 국민적인 인사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우주청장 선임과 우주청 입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는 경남 사천을 유력한 입지로 보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대전이나 전남 고흥이 적합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