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전투용 드론(무인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며칠간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차세대 드론 프로토타입인 XQ-58A ‘발키리’의 시험 비행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크라토스 방위안보 술루션스가 개발한 이 드론은 로켓 엔진을 점화해 이륙한 뒤 가시거리 바깥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거의 40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인명 살상에 AI를 활용할 경우 예상치 못 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AI가 자체적으로 주변 위협요소를 식별한 뒤 인간의 승인이 떨어지면 공격을 시도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XQ-58A와 연동된 F-15 전투기에 탑승한 채 시험비행을 진행한 미 공군 테스트파일럿 로스 엘더 소령은 “매우 이상한 느낌이었다”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뭔가의 날개에 타고 날고 있는데 그건 사람의 두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군 연구소를 통해 이미 수년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AI 드론과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으며, 미 의회가 승인하면 향후 5년간 관련 무기 조달에 58억달러(약 7조6000억원)의 예산을 할당할 계획이다.
이에 XQ-58A 개발사인 크라토스는 물론 보잉, 제너럴 아토믹스, 실드AI, 안두릴 등 여러 기업이 차세대 드론과 이에 탑재될 AI 프로그램 선정을 두고 경쟁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 AI를 활용한 드론 개발로 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국가 안보를 위한 기술력 점유을 위해 중국과 점점 더 공개적인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해안선과 남중국해 곳곳 인공섬에 수천발의 대함·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전투기와 무기체계로는 제공권 장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현재 미 공군 주력인 F-35 스텔스 전투기는 대당 8000만달러(약 105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미 공군은 사상 최소 규모로 보유기 대수가 줄었는데, 값싸게 운용 가능한 AI 전투 드론을 도입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물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미 국방부의 입장이다.
미 공군은 협동전투기(CCA)로 불리는 이 사업으로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 1000∼2000대를 대당 300만달러(약 40억원)에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군은 이 외에도 인간 비행사가 모는 편대장기를 AI 전투기가 호위하도록 하는 ‘AI 윙맨’(wingman) 계획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인명 살상용 AI 개발에 뒤따르는 윤리적 문제, 예상치 못한 오류 등으로 심각한 사고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마리 웨어럼 국장은 “컴퓨터 센서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도록 허락하고 기계에 살인을 외주하는 건 윤리적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AI 전투기가 인간의 명확한 허락 없이도 인명살상이 수반되는 폭격을 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드론은) 지휘관과 운영자가 무력 사용과 관련해 적절한 수준의 인간의 판단을 행사하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