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내년 연구 예산이 30% 정도 삭감된다.
1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이날 25개 출연연에 20~30% 정도 삭감된 내년 예산안을 통보했다. 출연연이 삭감된 예산에 맞춰 내년 사업 계획을 다시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제출하면 혁신본부는 연구개발(R&D) 예산안을 확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게 된다.
25개 출연연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당초 출연연의 내년 주요 사업비 예산으로 1조2445억원을 요구했다. 올해 주요 사업비 예산(1조1847억원)보다 5% 증액을 요구한 것이다. NST는 혁신본부에 예산안을 제출하며 12개 전략기술 등 윤석열 정부의 현안 연구를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R&D 예산 증액도 무난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질타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후 혁신본부는 출연연의 주요 사업비를 포함해 R&D 예산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후 혁신본부는 출연연의 연구비인 주요 사업비를 20~30% 삭감하는 예산안을 확정했다. 출연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 후반대의 삭감률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연구비의 4분의 1이 사라지는 셈인데 사실상 연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힘든 수준의 예산 삭감”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재검토하는 단계에서 일부 출연연 예산 삭감률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과기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도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해외협력이나 양자 같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삭감하는 건 부담이 클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혁신본부로부터 예산안을 받은 뒤 삭감률을 일부 조정해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