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상온 환경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인 'LK-99′를 만들었다며 논문을 공개한 뒤 세계 곳곳의 실험실에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논문 부정 고발' 사이트에서도 LK-99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논문 부정 감시 사이트 '퍼브피어(PubPeer)'에서 LK-99가 정말로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맞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퍼브피어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출판된 논문 속 데이터를 서로 검증하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퍼브피어 이용자들이 진위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 논문들 중 일부는 학술지 게재가 철회되거나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 정황이 들통나기도 했다. 과학계 내부고발이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인 셈이다.
한국 과학자가 낸 논문도 퍼브피어에 '저격'을 당한 뒤 실수를 인정한 일이 있다. 지난 2010년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에 게재된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논문 속 데이터 중 일부가 중복 사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백 교수 측은 의혹이 제기된 6개 데이터 중 2개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현재 퍼브피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논문은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교신저자로 돼있는 LK-99 논문이다. 이 논문은 지난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됐다.
이 논문에 대해 한 퍼브피어 이용자는 독일인 과학자가 막스플랑크 고체상태 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논문을 살펴본 뒤 자신의 블로그에 이를 평가한 글을 인용하며 "논문에 담긴 내용을 한 마디도 믿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논문에서는 LK-99 전기 저항값이 0으로 측정됐다며 이를 초전도체라 주장하지만 내 눈에 LK-99는 절연체(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물질)로 보인다"라며 "(LK-99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류를 흘렸을 때도 저항값이 치솟거나 파손되지 않는다는 걸 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LK-99가 초전도체임을 검증받으려면 자석이 뿜어내는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공중에 떠있는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남과 동시에 전기 저항값이 0으로 측정돼야 한다. 그런데 논문 속 내용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LK-99를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었다. 다른 퍼브피어 이용자는 "권 연구교수 이름이 빠져서 나온 또다른 논문에는 기존 논문에 있던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수정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LK-99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진지한 것이고 사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용자는 "연구자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납과 구리를 합쳐 LK-99를 만들게 됐는지, 얼마나 정교한 과정을 통해 물질을 합성해냈는지, 오염 가능성은 없는지와 같은 의문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논문 내용을 보면 LK-99는 초전도체가 맞는 건 아니지만, 초전도체가 아닌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LK-99 연구 책임자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물리학과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과 함께 3번째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을 한 번 더 보완한 논문은 미국 물리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즈(APL Materials)'에 제출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