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공중부양하고 있는 사진. 이같은 현상은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에 의해 나타난다. /뉴스1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하며 내놓은 물질 ‘LK-99′를 두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일주일째 검증에 매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LK-99가 초전도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을 만한 실험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초전도체 전문가들이 LK-99 검증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지난 2일 ‘LK-99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LK-99 논문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샘플을 요구한 것이다. 만약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샘플을 제공한다면 검증위는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 3곳 연구진을 동원해 LK-99가 초전도체인지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논문에는 LK-99를 만든 방법이나 실험 과정과 같은 것들이 모두 나와있다. 인산구리를 925도의 고온에서 10시간 구워 얻은 물질을 산화납, 황산화납과 섞은 뒤 다시 725도에서 24시간 반응시켜 LK-99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논문에 담겼다. 재료와 기기만 있으면 굳이 샘플을 받을 필요 없이 직접 LK-99를 만들어 초전도체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로체스터대 제공

물질 제조법을 완전히 공개하는 건 초전도체 연구 관행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초전도체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논문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물질 정보는 숨겨왔다. 일례로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한 미국 로체스터대 랑가 디아스 교수는 지식재산권을 이유로 초전도체 샘플을 다른 연구기관에 배포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며 다른 과학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문제는 현재까지 전 세계 그 어떤 연구기관도 논문에 담긴 LK-99와 똑같은 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K-99가 초전도체로 인정받으려면 전기 저항값이 0으로 측정되는 것과 동시에 자기장을 밀어내며 자석 위에 둥둥 뜨는 마이스너 효과가 발생하는 걸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에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LK-99를 직접 만든 뒤 초전도성을 검증하려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검증위가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LK-99 샘플을 요구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회장은 “논문에서 제시한 방법으로 물질(LK-99)을 만들어 실험을 해도 초전도현상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며 “논문 데이터 자체도 (LK-99가) 초전도체임을 나타내는 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검증위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최 회장은 “일부 언론이 검증위 입장을 과대해석한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검증위는 아무 것도 결론내리지 않았다”며 “논문 데이터만 갖고는 LK-99를 초전도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미 검증위 차원에서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LK-99 샘플을 언제 받을 수 있겠느냐 문의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현재 LK-99에 대한 세 번째 논문을 준비 중이며 해당 논문이 게재되기 전에는 샘플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결국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논문을 쓴 연구진이 직접 만든 샘플을 갖고 다른 연구자들이 검증 실험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증위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들에게 샘플을 제공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여러 의문들을 해소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