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현탁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이 지난달 27일 납 기반의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를 개발했다는 연구에 대한 해외 연구진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가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시뮬레이션 결과이지 실제 물질을 만들어 실험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검증해야할 부분들이 있다.

시네이드 그리핀(Sin´ead Griffin)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은 지난 달 31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초전도체들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리핀 연구원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LK-99의 전자의 구조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페르미 표면 현상과 비슷한 수준의 전자 에너지 상태를 확인했다. 페르미 표면 현상은 고온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에너지 수준이 페르미 표면과 가까울 수록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 온도는 높아진다.

그리핀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계산적으로는 LK-99가 충분히 높은 수준의 임계 온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실험을 통해 LK-99를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납 기반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국내 연구진은 납을 이용해 상온에서도 초전도성을 가지는 물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산구리를 925도의 고온에서 10시간 구워 얻은 물질을 산화납, 황산화납과 섞어 다시 725도에서 24시간 반응시켰다. 그 결과 납을 기반으로 하는 아파타이트(apatite)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아파타이트 구조는 육각 기둥의 모양으로 원자가 배열이 반복된 형태다.

납-아파타이트 구조는 비대칭적인 형태를 보였다. 아파타이트 구조는 납 원자 10개로만 만들어지면 대칭 구조를 갖는데, 일부 원자가 구리로 바뀌면서 형태가 일그러진 것이다. 그 결과 부피가 0.48%가 줄며 수축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 결과는 다른 과학자들의 심사를 거쳐 정식으로 출판되지 않고 연구자가 쓴 논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과학계로부터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리핀 연구원은 논문 말미에 “대량의 초전도 샘플을 얻기 위해 물질 합성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새 물질이 높은 초전도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흥미로운 이론적 징후를 보여줬다”며 “추가 조사에 박차를 가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미국 에너지부 기초에너지과학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새 결과가 공개되면서 추가 검증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추가 검증 분석 결과들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7.16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