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여성의 가슴만큼 성적 매력을 잘 나타내는 신체 부위도 없다. 과거 프랑스 미라텍(Miratech)사가 시선 추적 기술로 서구 7개국 남녀가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 시선이 주로 어디에 머무르는지 조사했다. 가슴을 먼저 보는 남성이 여성보다 37% 많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결혼 반지를 27% 더 봤다. 남성은 가슴으로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여성은 결혼 여부로 잠재적인 경쟁자인지 먼저 확인한다는 말이다.
왜 여성의 가슴은 남성에게 성적 매력의 상징이 된 것일까. 사이언스조선의 과학유튜브 채널 ‘과학은 쌓이지(Sci easy)’는 ‘이영완의 스코프’에서 그 비밀을 추적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iJD9veLawBw). 과학자들은 오랜 인류 진화 과정에서 여성의 가슴이 성적 신호를 보내는 통로가 됐다고 본다. 최근 의료 영상 연구에서도 뇌가 가슴과 성기 감각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직립 보행 진화하면서 가슴 중요성 커져
남성이 여성의 가슴에 집착하는 것은 오랜 진화의 결과로 설명된다. ‘털 없는 원숭이’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2004년 ‘벌거벗은 여자’란 책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폈다.
동물이 성적 신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성기가 있는 엉덩이 부근이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 암컷은 네 발로 걷기 때문에 뒷모습으로 성적 신호를 보낸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노래말처럼 암컷 원숭이가 발정기에 이르면 성기가 부풀어 엉덩이 주변이 붉게 변한다.
인간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다른 영장류와 사정이 달라졌다. 똑바로 선 여성은 남성에게 엉덩이 아래쪽을 보여주기 어렵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가슴은 엉덩이를 모방해 두 개의 반구 모양으로 진화했다고 모리스 박사는 설명했다.
물론 여성의 가슴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다른 영장류의 암컷은 젖을 먹이지 않을 때 가슴 모양이 평평하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양육의 기능과는 상관없이 여성의 가슴이 늘 볼록하다. 여성의 가슴이 남성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슴 감각은 성기와 같은 뇌 영역서 처리
남성이 가슴에 집착하면서 여성도 달라졌다. 이는 뇌의 감각 피질 연구에서 알 수 있다. 2011년 미국 럿거스대의 배리 코미사룩(Barry Komisaruk) 교수는 국제 학술지 ‘성의학 저널’에 여성의 유두와 성기의 감각이 뇌의 같은 곳에서 처리된다고 발표했다. 여성의 가슴이 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뇌에 사람 몸이 다 들어 있다고 말한다. 바로 ‘감각 호문쿨루스(sensory homunculus)’이다. 뇌 감각 피질에는 신체 각 부분에서 온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이 이어져 있다. 감각 피질은 헤드셋이 걸리는 곳에 있다. 귀 바로 아래에는 입과 관련된 감각 피질이 있으며, 거기서 정수리까지 얼굴과 목, 손, 엉덩이, 다리, 발 관련 감각 피질이 죽 이어져 있다. 성기는 발아래 맨 마지막에 있다. 감각 피질에 신체 각 부분을 배치하면 마치 작은 사람 모양, 즉 호문쿨루스가 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든 감각 피질도가 남성에게만 해당한다는 말이다. 남성 기준의 감각 피질도에서 가슴에 해당하는 부위는 얼굴과 다리 사이에 있다. 코미사룩 교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를 통해 여성은 어떤지 알아봤다. 어떤 행동을 하면 뇌에 그에 해당하는 부위로 피가 몰린다. fMRI는 해당 영역을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보여준다.
연구진은 여성들이 fMRI 장치 안에서 스스로 질과 음핵, 유두를 자극하는 다소 민망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23~56세 사이의 건강한 여성들이었다. 실험 결과 질과 음핵의 자극은 각각 뇌의 다른 곳에서 처리됐다.
놀랍게도 유두를 자극하면 fMRI 영상에 가슴 자극에 반응하는 뇌 영역뿐 아니라 질이나 음핵 자극에 반응하는 곳 역시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유두가 성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여성의 감각 피질도에서 유두는 성기와 함께 발아래 영역, 즉 정수리 쪽 감각 피질에 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랑의 호르몬이 남녀 유대감 높여
미국 에모리대의 래리 영(Larry Young) 교수는 남성이 여성의 가슴에 집착하는 것을 호르몬으로도 설명했다. 아기가 젖을 먹으며 유두를 자극하면 엄마에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이 호르몬은 엄마와 아기의 유대감을 높인다. 그래서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옥시토신은 출산 과정에서 자궁을 수축해 아기가 잘 나오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남성도 가슴과 유두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나눌 때 남성이 여성의 가슴을 자극하면 역시 옥시토신이 분비돼 아기에게 수유할 때처럼 여성의 관심과 애정이 커져 둘 사이의 유대감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가슴과 유두 자극이 파트너에게 온전히 집중하도록 유도한다는 말이다.
가슴, 특히 유두는 사랑을 나눌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임이 틀림없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은 지난 2006년 ‘성의학 저널’에 대학생 설문 조사에서 여성의 82%가 유두 자극이 성적 흥분을 유발한다고 답했고 밝혔다.
놀랍게도 남성도 51.7%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는 태아 발달 과정으로 설명된다. 태아에서 젖가슴과 유두는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기 전인 임신 6주 이전에 생성된다. 그래서 남성도 유두를 갖고 태어난다. 남성의 유두는 태아기 발달의 흔적이지만, 여성의 유두와 마찬가지로 신경과 혈관에 연결되어 있어 자극에 반응한다고 설명된다.
그렇다면 남성은 어떤 모양의 가슴을 좋아할까. 여성의 가슴은 무조건 커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모양이 중요하다고 하는 쪽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크기보다 모양이 우선이었다. 올 초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성형과 재건 수술’에 “남녀 모두 적당한 크기에 유두 윗부분에 볼륨감이 있는 여성의 가슴이 매력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남녀 1000명에게 2009~2019년 성형 상담을 한 사람들의 가슴 사진을 제시하고 매력도를 1~5점으로 매기게 했다. 평균 점수는 2.1이었는데, 상위 5위의 평균은 3.1이었다. 모두 적당한 크기에 유두 윗부분이 풍만한 모양이었다. 1위를 차지한 가슴은 특히 유두 사이 거리가 짧았다.
◇가슴 선호 본능도 환경 따라 양상 달라져
하지만 이 역시 현대인의 기준일 뿐이다. 남성이 여성의 가슴에 매력을 느끼는 행동이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문화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선호하는 가슴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말이다. 같은 비너스라도 밀로의 비너스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가슴 모양이 완전히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2011년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성 행동 아카이브’에 파푸아뉴기니 남성은 사모아, 뉴질랜드 남성보다 큰 가슴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대부분 가족이 먹을 정도만 얻고 잉여가 거의 없는 생계형 농업을 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식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풍만한 가슴이 임신과 육아에 적합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좋은 여성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예일대의 클레란 포드(Clellan Ford) 교수는 1951년 저서 ‘성행위의 양식’에서 부족마다 선호하는 가슴 모양이 다르다고 밝혔다. 여성의 가슴이 성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 부족 13곳 중 9곳에서는 큰 가슴을 선호했다.
반면 아프리카의 아잔데족(族)과 간다족은 길고 늘어진 가슴이 가장 매력 있다고 여겼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과 남태평양의 마누스족은 똑바로 세워진 반구형 가슴을 선호했지만, 큰 가슴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남성은 여성의 가슴에 매력을 느끼도록 진화했지만, 환경에 따라 집착의 형태가 제각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2023), DOI: https://doi.org/10.1097/GOX.0000000000004770
Journal of Sexual Medicine(2011), FDOI: https://doi.org/10.1111/j.1743-6109.2011.02388.x
Archives of Sexual Behavior(2011), DOI: DOI: https://doi.org/10.1007/s10508-010-9680-6
Journal of Sexual Medicine(2006) DOI: https://doi.org/10.1111/j.1743-6109.2006.0023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