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금을 모아 국내 우주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우주펀드'가 운용사를 선정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결성 금액을 달성했다. 우주 산업에서 요구하는 투자 규모와 비교했을 때 펀드 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 우주 산업에 더 많은 젊은 창업가들의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을 고려했을 때는 성장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8일 과학기술계와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우주펀드에 최근 올해 최소 결성 금액인 100억원을 넘는 투자금이 모였다. 펀드운용사는 오는 8월 1차 결성을 마감하고 올해 말까지 2차 결성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뉴스페이스투자지원사업을 통해 100억원 규모의 우주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서 우주스타트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우주 분야 모태펀드에 50%를 출자해 민간 우주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만들었다. 우주펀드는 올해 100억원으로 시작해 2027년까지 500억원 이상으로 확장해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목표다.
우주펀드의 위탁운용을 맡은 배진환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현재 최소 결성 금액에 대한 투자 확약서를 모두 받은 상태"라며 "이외에도 투자를 원하는 곳이 더 있어 목표 금액 이상을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투자금이 큰 우주 산업의 특징을 고려하면 펀드 규모가 크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펀드 목표 금액인 100억원을 넘더라도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주목적 투자비율은 60%로 기업당 1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은 10개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작은 투자 규모 탓에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와 위탁운용사가 출자하는 금액을 제외하면 30억원 수준으로 대형 VC가 참여하기에는 펀드 규모가 워낙 작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VC의 경우 기본 투자금이 수백억원에 달하지만, 이번 우주펀드는 기준 규모가 워낙 작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결성 실패를 우려해 투자 규모를 너무 작게 예측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우주펀드의 수요조사를 맡은 신상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원은 "우주펀드의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기 수준의 우주 산업 소부장 스타트업에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우주 모태펀드로서 국내 1호라는 상징성도 큰 만큼 펀드 규모를 차근차근 늘려가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5~6년 전에 모태펀드를 통해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고, 현재는 아이스페이스 같은 도전적인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우주펀드도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우주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우주 스타트업 428곳 중 284곳의 1년 매출은 1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의 66.4%에 달하는 규모다. 자본금 규모도 10억원 미만인 곳이 289곳으로 전체의 6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 평균 6개 수준이던 국내 우주스타트업의 창업 기업도 최근 크게 줄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우주 펀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주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위성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실제 위성이나 발사체 개발 단계에서는 10억원이라는 투자 규모가 크지 않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한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투자사들에서 수월하게 투자를 유치하는 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괄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성장 단계별로 투자가 이뤄져 시장 상황에 맞춰 운용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펀드에 대한 투자시장의 관심이 늘면서 8월로 예정됐던 투자금 모집도 오는 12월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우주 펀드의 최소 결성 금액은 달성한 상황이지만 우주펀드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과 추가적인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배 대표는 "예상보다 시장의 호응이 좋아 오는 8월 결성을 우선 마무리한 이후 12월까지 투자를 계속 받아 2차 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