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뱅 베삭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 영업·마케팅이사는 지난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위성 기술과 우리가 가진 지상국 기술을 활용해 국방 분야에서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서귀포(제주)=이병철 기자

한국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주 산업의 불모지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위성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고,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를 통해 독자적인 위성 운송 능력도 갖췄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위성 운영에 필요한 지상국 장비 기술은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후발주자인 한국이 독자 기술 개발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글로벌 우주 산업계의 시각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뱅 바이삭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 영업·마케팅이사는 지난 28일 제주 서귀포 그랜드 조선 제주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2023(ISS2023)'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우주 산업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며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위성 기술과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가 보유한 지상국 기술을 활용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는 프랑스의 항공우주 대기업인 사프란의 자회사로 전자·우주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상국 장비 제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2002년 당시 한국의 우주산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쎄트렉아이가 전부일 정도로 열악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위성 제조·서비스, 광학 탑재체 개발, 발사체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활약하는 우주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 지상국 분야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상국 서비스 기업인 컨텍을 비롯해 일부 업체가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프란데이터시스템처럼 지상국 장비를 만드는 기업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위성 기술을 갖춘 한국과 지상국 장비에 강점을 가진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가 협력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은 위성 데이터의 중요성이 특히 높은 국가"라고 말했다.

최근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1만개에 가까워지면서 지상국은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상국은 위성과 통신을 통해 운영을 돕거나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설이다. 위성으로 포화된 지구 궤도에서 안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고성능 지상국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 위성이 수집하는 우주 데이터의 품질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지상국의 통신 성능이 개선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바이삭 이사는 "아무리 많은 위성을 가졌더라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면 아무런 가치를 할 수 없다"며 "최근에는 극궤도에 배치되는 위성도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지상국 사업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지상국 장비 기업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의 지상국. 지상국 기술은 위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한국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활발한 협력을 통해 우주 데이터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

그는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가 한국 기업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군사 위성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지상국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국방 분야에 자체적인 위성항법시스템(GNSS) 구축을 준비하고, 정찰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삭 이사는 "한국은 소형위성, 정찰위성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앞으로 안보 분야에서 위성 기술의 활용도가 커질 것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상국의 활용 분야는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달 탐사가 시작되면 달 궤도를 도는 위성의 운영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달 위성과 통신할 수 있는 지상국 시스템도 갖춘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해 달 탐사 위성인 '다누리'의 발사에 성공했고, 본격적으로 심우주 탐사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이삭 이사는 "한국은 우주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앞으로 급변할 우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파트너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