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만들어지는 지를 놓고 대립해온 두 가설이 최근 한 신경과학 실험을 통해 일단락됐다. 구체적인 입증을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과학적으로 큰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의식과학연구협회(ASSC)'의 연례 회의에서 의식이 만들어 내는 부위가 뇌의 뒤쪽인 후측 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과 독일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번 결과로 오랜 시간 이어진 두 가설의 대립이 일단락됐다고 봤다.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인식을 하는지를 놓고 제기된 여러 가설 중 '전역 작업 공간 이론(global network workspace theory·GNWT)'과 '정보 통합 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IIT)'이 가장 대표적으로 논의된다.
GNWT는 어떤 기억이나 행동과 같은 정보가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뇌의 여러 영역으로 보내지면 마치 전세계로 방송되는 것처럼 의식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뇌의 앞쪽에 있는 전두엽 피질에서 감각신호, 기억, 생각이 결합돼 뇌 전체로 퍼진다. 즉 뇌 앞쪽에서 의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IIT는 뇌의 뒤쪽에 위치한 후측 피질에서 의식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크고 작은 경험들로 만들어진 정보가 통합되는 곳에서 의식이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이 두 가설은 25년 전 미국의 과학자들의 내기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신경과학 권위자인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는 IIT를 지지한다며, GNWT를 주장하는 데이비드 찰머스(David Chalmers) 뉴욕대 철학과 교수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코흐는 뇌와 뉴런에 대해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후원한 앨런뇌과학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실험은 뇌 활동과 함께 발생하는 혈류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자기 뇌조영술, 수술 전 뇌 표면에 전극을 놓는 전기 피질법 등 세 가지 기술을 사용해 250명의 뇌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에는 미국 리드칼리지·위스콘신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앞서 2021년 사이언스에 해당 실험 계획을 밝혔으며, 지난 2월 세부 계획을 '플로스 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뇌의 신호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첫 번째 그룹은 사진 2장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고, 두 번째 그룹은 아무 작업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첫 번째 그룹에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선택하는 동안 뇌의 뒤쪽에서 신경신호가 나타났다. 두 그룹 모두 참가자들이 사진을 보는 동안 뇌의 뒤쪽에서 신호가 지속된 반면, 뇌의 앞쪽에서는 사진을 본 직후에만 순간적으로 신호가 감지됐다. 실험 결과는 지난 26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이 실험 결과를 통해 IIT가 더 설득력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찰머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GNWT 가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이 실험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찰머스 역시 두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찰머스는 "의식은 사람이 맛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비롯된다"며 "여전히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지만, 일부는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bioRxiv(2023), DOI: https://doi.org/10.1101/2023.06.23.546249
PLoS ONE(2023),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68577
Science(2021),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j3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