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태수 전 울산대 명예교수. 국내 양자광학 연구의 1세대 학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양자과학기술 원년을 선언하며 개최한 '퀀텀 코리아 2023′에는 국내외 석학과 주요 기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6일 열린 개막식에는 양자과학기술의 초석을 놓은 각국의 과학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존 클라우저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를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적인 석학들이다.

이날 개막식에선 낯선 이름도 호명됐다. 주인공은 고(故) 김태수 교수였다. 국내에선 그동안 잘 잊혀진 이름이었다. 이날 개막식에서 함께 진행된 양자과학기술 시상식에서 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공로패를 받았다. 10여년 전 세상을 떠난 김 교수를 대신해 그의 아들이 공로패를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김 교수에 대해 "한국의 1세대 양자과학기술인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후학양성에 힘썼다"며 공로패를 수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설명대로 김 교수는 양자과학기술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국내에서 양자광학 연구를 한 1세대 연구자였다. 김 교수는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헬륨-네온 레이저와 아르곤-이온 레이저 제작·동작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1984년까지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교수가 양자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1986년 미국 로체스터대의 레오나르드 멘델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다. 당시 김 교수는 양자 광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김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연구 중에는 빛과 원자의 상호작용에서 양자역학적 효과에 관한 연구, 양자센싱 기술과 관련된 간섭계의 위상분해능에 관한 연구 같은 다양한 양자기술의 기초 토대를 마련한 연구가 많다. 또 양자정보기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얽힘상태 광자의 생성과 양자간섭에 관한 연구도 있다.

국내 양자과학기술은 선도국의 62.5% 수준으로 평가된다. 갈 길이 한참 남았지만, 김 교수 같은 1세대 연구자가 없었다면 62.5%는커녕 선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김 교수는 양자광학 실험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했고 관련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