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이산화탄소를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촉매의 미세구조에 따라 이산화탄소 분해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도 성공해 향후 다양한 산업 원료를 만드는 촉매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정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와 문봉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상온에서도 쉽게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산업 원료로 만드는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분해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려면 고온·고압 환경이 필요하다. 여기에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여주는 촉매를 사용하는 데, 현재 사용하는 구리 기반 촉매로는 경제성이 있는 수준으로 필요 에너지를 낮추기 어렵다.
공동 연구진은 계단형의 미세한 표면 구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분해를 촉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촉매를 개발했다. 이전까지 구리 촉매 표면의 미세 구조가 분자의 분해에 필요한 에너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 과정을 단계적으로 직접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구리 원자를 이용해 초미세 계단형 구조를 가진 촉매를 만들었다. 평평한 구조를 가진 기존 촉매와 성능을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촉매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기 위해 최소 350도에서 최고 3000도까지의 고온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약 370도의 상온에서도 이산화탄소의 분해 반응이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면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산소 원자가 촉매 표면의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도 관측했다. 미세구조 변화가 촉매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탄산염, 포름산 같은 산업 원료를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드는 반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박정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진행된 구리 표면에서의 이산화탄소 촉매 현상의 이해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이라며 “고효율 이산화탄소 촉매의 개발을 통해 인류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인 지구온난화및 지속가능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 6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89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