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려 지구의 쌍둥이 행성인 금성을 관측하는 국내 관측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태양계 내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같은 우주개발 선도국에서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국내에서 시도되는 것은 처음이다.
금성은 지구와 비슷한 크기, 질량, 태양과의 거리를 갖고 있어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번 연구가 성공하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을 찾는 데 비교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행성대기그룹 CI는 23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아카데미 '금성 탐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열고 최신 금성 탐사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연주 CI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유럽우주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금성 탐사 연구에 참여한 인물이다. 국내 유일의 금성 연구자로 지난해 6월 1일 문을 연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의 첫 번째 연구그룹인 행성대기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CI는 "최근 금성 연구가 천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 유럽, 중국, 인도가 현재 금성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금성을 장기 관측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클로브(CLOVE)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금성 탐사선과 궤도선, 대기 관측용 풍선과 함께 지상망원경, 초소형 위성으로 금성 대기의 반사도·편광률 같은 물리적인 변화를 관측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금성 관측용 탑재체를 개발할 국내 업체를 모집하고 있으며 2026년 운용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3년 주기로 초소형 위성을 발사해 10년 이상의 장기 관측 자료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이 CI는 "일반적으로 금성에 탐사선이나 궤도선을 보내는 프로그램은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약 30억원 규모의 예산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행성 탐사 임무 중에는 보기 드물게 저예산으로 가치가 큰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천문학계가 금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외계행성 중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거주 가능 행성'을 찾는 데 관측 결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표면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진 '암석형 행성'으로 분류된다. 크기·질량·태양과 거리도 지구와 비슷해 태양계 행성이 만들어지던 초기 시기 지구와 비슷한 구성성분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적합한 우주 공간을 말하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하고 있어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금성에 생명체가 살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1961년 논문을 통해 금성이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적합한 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미국이 본격적으로 금성에 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금성과 지구의 환경이 크게 다르며, 금성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지금까지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초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던 금성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행성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금성은 지구보다 두꺼운 대기가 있으며 대기도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구름은 황산이 주성분으로 지구보다 100배 높은 기압을 갖고 있다. 지표 온도는 약 460도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금성의 대기를 관측한 자료를 활용하면 거주 가능 행성으로 분류되는 행성 중 실제 환경이 적합하지 않은 행성을 찾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크기나 중심별과의 거리가 지구와 비슷하더라도 금성 대기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외계행성은 지난해 3월까지 3000개 이상이 발견됐다. 이 중 암석형 행성은 4%를 차지하고 있다. 암석형 행성은 거주 가능 행성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외계행성은 더 많이 발견될 전망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앞으로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행성들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효율적인 탐사를 위해서는 지구와 비슷한 물리적 특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환경이 만들어진 금성의 관측 자료를 활용해 거주 가능 행성을 추려내야 한다.
이 CI는 "외계행성 관측 기술이 발전하며 최근 금성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금성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