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들이 자주 겪는 장기간의 수면 부족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졌다. 여학생들에게는 수면 부족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남학생에서는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장기간 수면 부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조선DB

청소년기 여학생들이 겪는 수면 부족이 비만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남학생들은 수면 시간과 비만 사이에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장기간 수면 부족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로, 국내 청소년이 겪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진호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와 박금령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수면 부족에 오랜 기간 노출됐을 때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청소년기의 수면은 신체 성장과 학습 능력에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들은 심각한 수면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평균 7시간 1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시간이나 적은 수치다.

지금까지 청소년기의 수면 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처럼 오랜 시간 수면 부족에 노출된 사례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를 통해 6147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면과 비만의 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8시간 미만의 수면 시간이 수년간 이어지는 '만성적 수면 부족'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만성적 수면 부족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여학생은 만성적 수면 부족이 길어질수록 꾸준히 비만 위험이 높아졌다. 반면 남학생은 만성적 수면 부족과 비만 사이에 큰 관련성이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면 부족이 길어지면서 비만 발생률이 낮아지는 사례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가 여성호르몬이 수면의 영향을 받아 비만을 유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여학생들에게 외모에 대한 압박을 많이 느끼게 하는 문화적인 특성도 비만율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동청소년기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있어서의 수면의 중요성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만성적 수면 부족이 비만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를 확인했다"며 "청소년들이 양질의 수면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스트레스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 같은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청소년학 저널'에 지난 12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Journal of Adolescence, DOI: https://doi.org/10.1002/jad.1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