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은 전통적인 바이오 산업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혁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백신 개발 기간은 10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며 코로나19 대응에 큰 기여를 했고,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는 단숨에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도 디지털바이오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인력 양성과 첨단 인프라 구축, 디지털바이오 선도국과의 협력 강화 등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집중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제5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디지털바이오 인프라 조성방안을 보고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바이오로의 대전환은 뛰어난 디지털 역량, 풍부한 의료데이터,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미국과 같은 바이오 최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성공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바이오 분야의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까지 두루 갖춘 융합 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 특화 인공지능대학원을 신설하고, 의과대학 내 의료 인공지능 정규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지금도 3개 의과대학에 관련 수업이 있는데 2025년까지 8개 대학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추진 계획도 나왔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과학기술원이나 동일대학 이공계대학에서 수업을 듣거나 석사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1년제 석사학위과정이나 'Half-Half 공동 박사학위 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의사과학자가 병원 안에서 연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주기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학이 공동으로 1970년에 설립한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임상 지식과 기초의학, 공학 등을 함께 가르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학제 간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디지털바이오 연구 역량의 원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차원의 바이오파운드리와 슈퍼컴퓨터 등 첨단 인프라도 디지털바이오 산업에 몰아준다.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있다. 2030년까지 산업별 특화 파운드리가 구축되면 연구개발 속도가 5배는 빨라질 것이라고 과기정통부는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나면서 바이오에 특화된 슈퍼컴퓨터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600페타플롭스(PF)급 슈퍼컴퓨터 6호기를 2028년까지 구축하고, 7호기도 서둘러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AI 학습이 가능한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인 '케이-멜로디(K-MELLODDY)'를 추진한다.
디지털바이오 선도국인 미국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우선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미국 디지털바이오 중심지인 보스턴의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늘리기로 했다. 이른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다. 국내 의료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와 보스턴 연구기관이 가진 연구역량을 결합해 바이오 분야의 난제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하버드 메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융합 교육 프로그램 개발, MIT와 서울대병원의 융합 연구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인력 교류도 늘린다. 국내 석·박사급 젊은 연구자 50명을 매년 보스턴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파견하고, 반대로 보스턴의 연구자 10명을 국내로 초빙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외 기술교류 행사도 늘린다.
과기정통부는 인력·인프라·해외 협력을 바탕으로 디지털바이오 분야에서 7대 연구개발(R&D) 선도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7대 선도프로젝트에는 차세대 신약을 신속하게 설계하는 '항체설계 AI'와 치매환자를 원격으로 진단하는 '마이닥터24′, 암이나 희귀질환을 유전자 검사로 예측하는 '닥터앤서 3.0′, 노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상생활 속의 우울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마음건강앱' 등이 포함됐다.
이종호 장관은 "디지털바이오로의 대전환은 뛰어난 디지털 역량, 풍부한 의료데이터,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특히 미국과 같은 바이오 최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성공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통해 세부적인 방안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