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문제를 놓고 국내 원자력 전문가 두 명이 유튜브에서 장외 대결을 펼치고 있다. 오염수를 방류해도 한국 바다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과 일본이 제공하는 데이터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엇갈린 주장이 맞붙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지난 22일 삼프로TV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언더스탠딩'에 직접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한국 바다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반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9일 같은 방송에서 일본이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오염수를 방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백 회장과 서 명예교수 모두 국내에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최고 원자력 전문가로 꼽힌다. 백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에서 석·박사를 딴 뒤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시설안전위원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서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 원자핵공학과에서 석·박사를 땄다. 미국 원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 수석엔지니어, 한국원자력연구원 실장을 거치며 산업과 연구개발(R&D) 분야를 두루 잘 아는 전문가로 불린다.
◇"오염수 70% 제대로 정화 안 돼" vs "방류 기준 만족할 때까지 정화"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모든 방사능 물질을 오염수에서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일본이 오염수 정화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부터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서 명예교수는 "2020년 조사 결과 ALPS를 거친 오염수 중 70% 이상에 일본 정부의 방류 기준을 넘는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었다"며 "삼중수소 이외에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플루토늄과 같은 위험 물질들이 ALPS 처리된 오염수 안에 여전히 녹아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명예교수는 "방사능 물질별로 한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개발한 최고 수준의 정화 설비를 쓰면 되는데, 일본이 자존심을 부리느라 자국 기업 히타치에서 만든 2류 설비를 써서 ALPS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이것이 의미 없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ALPS 처리를 한 번 거쳤는데도 방류 기준을 초과한 오염수는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반복해서 ALPS 처리를 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방류 기준을 만족한 30% 분량의 오염수부터 바다에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을 초과한 오염수 70%가 제대로 ALPS 처리가 되는지 여부를 한국 시찰단이 면밀하게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염수 바닷물 희석은 '눈 가리고 아웅' vs 日 바다 영향 최소화하려는 것
일본은 ALPS를 거친 뒤 삼중수소만 남은 오염수에 바닷물을 부어 삼중수소 농도를 400분의 1로 줄인 희석해 바다에 방류할 방침이다. 서 명예교수는 "어차피 바다에 방류할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바닷물로 희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일본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국 바다까지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조치"라며 "방류 전에 오염수를 희석하는 건 일본이 자국 바다에 미칠 영향을 줄이려는 조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다에 간장을 원액 그대로 버리는 것과 물을 잔뜩 타서 버렸을 때 주변 물고기들이 받을 영향은 차이가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日 데이터 조작 가능성 있다 vs 조작할 이유 전혀 없다
서 명예교수는 일본이 오염수 속 방사능 물질 관련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서 명예교수는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이 자국에서 식수나 농업용수로 쓰면 될 일"이라며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건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 회장은 일본 측이 데이터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뜬 오염수 시료를 미국,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이 분석하고 있다"며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에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닷물을 떠다 분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만에 하나 일본이 데이터를 조작했어도 조작 여부가 금새 들통날 수밖에 없어 굳이 데이터를 조작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