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같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박쥐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 시각)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유전학연구소와 영국 웰컴 생어연구소, 아일랜드 더블린대 등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박쥐 유전체 분석을 위한 프로젝트 '배트(BAT)1K'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박쥐는 지난 3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외에도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와 메르스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수용하고 전파하는 매개체다. 박쥐는 하늘을 날면서 다양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데, 날아다니면서 배출되는 디옥시리보핵산(DNA)가 전파의 원인인 것으로 지목된다.
공동연구팀은 박쥐가 바이러스는 전파하지만, 염증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날아다니도록 진화한 박쥐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염증을 유발하지 않도록 진화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엠마 틸링 더블린대 연구원은 "박쥐는 약 8000만년 전에 시작된 진화 과정에서 그들은 면역체계를 조절해 염증 반응이 약해졌다"며 "염증이 심하게 발생하지 않고, 그 결과 박쥐는 위험한 반응을 겪지 않고 모든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쥐가 바이러스에 강한 내성을 지니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그동안 많이 시도됐지만, 유전제 분석 정보가 부족했다. 현재 소수의 박쥐 유전체 정보만 파악된 상태로, 현재 확인된 박쥐 종은 1450여 종이다. 연구팀은 모든 박쥐 종에 대한 게놈 지도를 만들어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대응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틸링 연구원은 "박쥐는 질병 퇴치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잠재력이 있다"며 "다음 대유행에 대비해 박쥐가 면역반응을 신속하게 수정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면, 박쥐가 세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