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KIST 강릉 천연물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장준연 분원장이 그간의 성과와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천연물연구소가 개원 20주년을 맞아 지난 성과들을 되짚고 향후 강릉을 국내 천연물 바이오 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천연물 바이오 기업을 패밀리기업으로 선정해 적극 지원하고 강원지역 산·학·연 연구협력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10년 뒤인 2033년에는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IST 강릉 천연물연구소(천연물연구소)는 10일 오후 율곡홀에서 개원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홍규 강릉시장을 비롯한 과학기술계, 지자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연물연구소는 KIST의 기술력으로 강원도의 풍부한 천연물 자원을 이용해 바이오 연구개발(R&D)과 산업 분야에서 강한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지난 2003년 5월 1일 설립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따르면 글로벌 천연물 시장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약 10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연간 8~1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생식기 사마귀 치료제 ‘베레젠’은 매년 1700만달러(한화 약 220억원) 매출을 기록 중이다.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도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한창이다.

논문, 특허 성과도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1192편을 발표했고 특허 474건을 등록했다. 특허청에 출원돼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특허는 724건이다. 천연물연구소에서 만든 기술 62건은 민간기업에 이전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쌓아온 성과와 R&D 역량을 바탕으로 천연물연구소는 강원도를 천연물 바이오 산업단지로 집중 육성할 중심축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장준연 KIST 강릉 분원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강원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이 현재 추진되고 있다”며 “특히 KIST가 있는 강릉은 그린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바이오란 가공되지 않은 1차 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가미해 기능성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천연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팜에서 한 연구원이 식물들을 돌보고있다. /KIST 제공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도 천연물연구소의 역할에 기대를 표시했다. 박영민 록야 대표는 “정부가 바이오를 비롯한 전략기술 R&D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천연물연구소도 상당한 탄력을 받은 상태”라며 “기업 수요에 따라 맞춤형 R&D를 구성해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서로 다른 기업들을 연결해 기술교류를 촉진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물연구소와 록야는 상처에 바르는 연고 마데카솔의 원료인 ‘병풀테카(TECA)’를 국산화하기 위해 공동 R&D를 진행 중이다. 병풀테카는 지금껏 마다가스카르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해 썼는데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장 분원장은 “강릉에 천연물 바이오 국가산업단지가 정착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 3월 정부는 강릉을 포함한 전국 15곳을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정했다. 이에 따라 강릉에는 예산 3000억원이 투입돼 바이오헬스산업, 천연물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산단이 조성될 계획이다.

장 분원장은 ‘비전 2033′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천연물연구소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소개했다. 장 분원장은 “2023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3건, 2028년까지 글로벌 의약품 2건, 2033년까지 글로벌 신약 1건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