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 방향으로 26광년 떨어져 있는 적색 왜성을 공전하는 암석 외계 행성 GJ486b /NASA

미국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태양계 밖 외계 행성 주변에서 수증기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까지 수증기가 행성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이 행성이 돌고 있는 별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태양계 바깥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애리조나대, 존스홉킨스 천체물리학연구소, 미시간대와 영국 브리스톨대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연구진은 지난 1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처녀자리 방향으로 26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주변을 도는 뜨거운 암석행성(GJ486b)의 대기에서 수증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지난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우주 관측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부터이다.

수증기가 발견된 이 행성의 크기는 지구의 3분의 1로 추정되지만 질량은 3배에 이르는 무거운 행성이다. 적색왜성을 한 바퀴 도는데 지구 시간으로 1.5일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되고 있다. 행성은 항성에 매우 가깝게 돌기 때문에 표면 온도가 430도에 이르고 물이 증발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행성이 돌고 있는 적색왜성은 우주에서 흔한 형태의 별로 GJ486b 같은 암석 행성이 그 주변을 도는 형태 역시 통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또 적색왜성은 다른 유형의 별보다 더 차갑기 때문에 주변을 도는 행성이 생명체에 필요한 필수 요소인 물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려면 가까운 궤도를 돌아야 한다. 하지만 적색왜성은 탄생 초기 강력한 자외선과 X선을 내뿜기 때문에 가까운 행성의 경우 대기를 날려버려 생명체가 살기 어렵게 하기도 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암석 외계행성 GJ 486 Webb 스펙트럼. 연구팀에 따르면 신호가 물이 풍부한 행성 대기(파란색 선으로 표시), 적색왜성(노란색 선으로 표시)의 흑점에서 포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행성 대기에서 수증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임스웹오아르지/NASA

과학자들은 이런 혹독한 환경의 암석 행성이 대기를 형성하고 지구에서 약 10억 년이 걸쳐 생명체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대기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과학탐사 장비인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GJ486b를 향하게 하고 행성이 별 표면을 가로지르거나 통과하는 모습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물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수증기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행성은 적색왜성 앞을 돌 때 별빛이 대기를 통해 더 빛이 난다. 다양한 원소와 화합물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기 때문에 별 주위를 여행하는 동안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을 보면 대기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행성의 대기를 통해 걸러진 별빛에서 이런 ‘화학적 지문’을 찾는 것을 투과 분광법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GJ486b를 모두 두 차례에 걸쳐 관측했는데 각각 행성이 별을 통과하는 시간은 1시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집된 데이터를 세 가지 원거리 방법을 사용해 분석했는데, 단파장 적외선에서 흥미로운 정점이 나타나는 스펙트럼 패턴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 정점이 나타나는 유력한 원인을 수증기라고 판단했다.

새러 모런 애리조나대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신호는 확실히 물을 나타내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하지만 이 물이 행성 대기의 일부인지, 아니면 적색왜성에서 나온 물의 흔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전에도 별의 흑점에서는 수증기가 발견된 일이 있다. 태양에서도 발견되는 이 흑점은 별 내부 깊은 곳에서 고밀도 자기장이 표면으로 올라올 때 형성되는 어둡고 차가운 별의 영역이다. 이 흑점에서는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질량방출(CME)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GJ486b의 어머니별인 적색왜성은 태양보다 온도가 낮지만 수증기가 흑점 영역에 집중돼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행성 주변의 수증기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라이언 맥도널드 미시간대 교수는 “행성이 적색왜성을 통과하는 동안 흑점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관측하지는 못했다”며 “그렇다고 이 별에 흑점이 없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행성에 대기가 있으면 적색왜성에서 나오는 방사선 영향으로 계속해서 파괴될 수 있고 행성 내부에서 화산 활동을 통해 분출된 수증기가 이를 보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계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수증기가 외계 행성 대기에서 나온 것인지, 또 얼마나 많은 물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관측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달린 중적외선 망원경(MIRI)을 활용해 행성에서 영구적으로 별을 향해 있는 표면을 조사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향후 여러 장비를 통합해 행성에 대기가 있는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게재가 승인됐으며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펼쳐진 모습. 엔지니어들이 테스트하고 있다.

참고자료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5.00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