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의 연구비를 굴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새 과학 총괄에 여성 과학자가 임명됐다. 65년 NASA 역사에서 여성 과학 총괄은 이번이 두 번째다.
NASA는 최근 헬리오피직스(Heliophysics) 부서를 이끌고 있던 태양 물리학자 니콜라 폭스(Nicola Fox)를 새로운 과학임무 국장보(Associate Administrator)에 임명했다. NASA의 과학임무 국장보는 과학 총괄로 불리며 NASA의 주요 연구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자리다.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모두 합하면 연구비 규모만 78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한다.
빌 넬슨 NASA 청장은 "니콜라 폭스는 헬리오피직스 부서를 이끌면서 NASA의 태양 임무에 대한 영향과 인식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새로운 역할에 그녀의 재능, 전문성, 열정을 더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폭스 신임 국장보가 주목받는 건 65년의 NASA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 과학 총괄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여성이 과학 총괄을 맡은 건 한 차례에 불과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NASA의 우주비행사였던 매리 클리브(Mary Cleave)가 과학 총괄을 맡은 적이 있다.
폭스 신임 국장보는 2018년에 NASA에 합류했다. NASA에 합류하기 전에는 존스홉킨스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에서 헬리오피직스 수석 연구자로 일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부터 시작해 NASA에서도 파커 태양 탐사선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파커는 2018년 발사된 인류 최초의 태양 탐사선으로 2025년까지 태양 궤도를 24바퀴 돌면서 미지의 세계인 태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시속 58만6000㎞의 속도를 기록해 가장 빠른 우주선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시속 58만6000㎞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3초에 갈 수 있는 속도다.
폭스 신임 국장보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로 2020년 NASA의 우수 리더십 메달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미국항공우주학회의 칼 세이건 기념상을 받기도 했다.
NASA는 인류의 달 귀환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연말 유인 우주선을 달로 보내는 2단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폭스 신임 국장보는 전임인 토마스 쥐르뷔헨 박사에 이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끌어야 한다. 이외에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화성 착륙 로버인 '퍼서비어런스' 등 굵직한 NASA의 임무를 총괄한다.
폭스 신임 국장보는 '팀'으로서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2010년에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나고 1살과 3살인 아이와 함께 세상에 남겨졌을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들이고 '팀'의 일원이 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폭스 신임 국장보는 "항상 독립하고 싶고 나약해 보이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할 때 인정하는 데 능숙하지 못했다. 그때의 일을 계기로 도움이 필요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고, 아무도 내가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은 팀이 필요하고 멋진 팀의 일원이 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