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19일 오후(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에서 양자 분야 석학들을 만나 아인슈타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정부가 양자 과학과 양자 정보통신, 양자컴퓨팅 사업에 진출한 기업과 연구소, 공공기관을 한 곳에 모으는 ‘양자 밸리’ 구축을 추진한다. 실리콘밸리의 양자 버전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자 기술을 미래의 게임체인저로 직접 꼽고 있는 만큼, 양자 밸리가 양자 분야 생태계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 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할 양자밸리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모여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양자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을 한 자리에 모아 산업계·학계·연구계의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양자밸리를 구축할 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첨단기술을 필두로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돼 지방자치단체 사이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추후 공모를 통해 양자밸리가 들어설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양자밸리에 입주할 기업과 연구기관도 단계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양자밸리 구축을 위해 캐나다의 ‘퀀텀밸리’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형성된 퀀텀밸리는 워털루대를 중심으로 양자기술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모여 양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연구개발단지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페리미터 이론물리학 연구소와 워털루대 양자컴퓨터연구소가 있어 ‘양자기술의 메카’로 불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양자밸리나 클러스터에 대한 필요성에서 공감하고 설립 위치나 형태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위치는 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기술·산업 육성법이 통과되면 법적 근거를 가질 수 있고,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설립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기술은 정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선정되는 등 윤석열 정부가 밀고 있는 딥테크다. 양자컴퓨팅과 양자통신, 양자센서 등이 대표적인 양자 기술인데, 모두가 기존 산업에 일대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꼽힌다. 양자기술을 활용한 컴퓨팅의 연산 속도는 이진법 기반 슈퍼컴퓨터보다 약 1억 배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패권 경쟁에 나선 미국과 중국도 양자기술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를 방문해 양자 분야 석학을 만나는 등 연일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500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도 윤 대통령의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양자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국제협력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며 “국내에 양자 관련 기업이 30~40개 정도 되는데,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