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과 구성 물질이 지구와 비슷한 금성에서 활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단서가 확인됐다.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불리는 만큼, 금성의 활화산 활동은 지구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헤릭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 지구물리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15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드에서 개최된 제54차 달·행성과학회의에서 금성 레이더 이미지 자료 분석을 통한 화산 활동 증거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32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금성 탐사선 마젤란호가 1991년에 촬영한 합성개구레이더(SAR) 이미지를 비교했다. 이 이미지들은 8개월의 시차가 있어 비교 분석이 가능했다. 레이더는 금성의 적도 인근 고원 지대인 '아틀라 레지오(Atla Regio)' 안에 있는 화산 중 '마트 몬스(Maat Mons)'에서 화도(화산분출물이 나오는 통로)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는 과정을 관측했다.
마젤란호가 1991년 2월 포착한 마트 몬스의 화도는 약 2.2㎢ 정도였지만, 8개월 뒤에는 4㎢로 커졌다. 또 화도 가장자리에는 용암이 채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화도 안에 '용암 호수'가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용암이 굳은 상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지역적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시차를 둔 두 사진의 일치하는 지점을 선정해 고도를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두 사진의 입사각이 다르고 이미지 해상도가 낮았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 화도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 정밀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용암이 분출되면 화산 꼭대기의 분출구는 확장되고, 화산 아래에 있는 벤트(지하 수증기가 나오는 구멍)가 부분적으로 붕괴한다. 연구팀은 마트 몬스 화산이 약 69㎢ 면적의 용암을 분출했을 것으로 추측했고, 미국 하와이에서 나타나는 화산 활동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성은 지구와 비교해 지름이 약 0.95배, 질량은 약 0.85배로 크기가 비슷하다. 지각이나 지형도 유사해 '쌍둥이 행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두꺼운 대기층으로 인한 강한 기압과 섭씨 500도 수준의 높은 온도, 초속 100m의 강한 바람으로 관측이 쉽지 않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관측할 수 없는 금성의 화산 활동을 밝혀낸 첫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금성과 지구의 화산 활동을 비교하면서 지구 진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성 화산에 대한 연구는 2030년쯤 발사될 금성 탐사선 '베리타스(VERITAS)'로 활발해질 전망이다. 베리타스는 첨단 레이더 장비로 3D 지도를 만들고, 근적외선 분광기로 대기층에 가려진 금성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헤릭 교수는 "(지구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화성에서는 수십 년 동안 관찰했지만, 화산 활동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금성의 화산 활동을 하와이 화산 활동과 호환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0783-x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m7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