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숲에서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는 이정표를 남긴 것이다. 같은 방법이 화성 탐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빵 부스러기 대신 작은 중계기를 가는 길마다 배치하는 방식이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볼프강 핑크 교수 연구진은 최근 “화성 탐사에 나선 로버(rover, 이동형 로봇)가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 남매처럼 작은 중계기들을 가는 길에 떨어뜨려 임시 무선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첨단 우주 연구(Advances in Space Research)’ 게재가 확정됐다.
◇용암동굴의 길 찾는 빵 부스러기 센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화성에 우주인들이 거주할 기지를 세우려고 한다. 최적의 후보지는 용암동굴이다. 별도로 건물을 짓지 않아도 동굴에 들어가면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암동굴 탐사에 투입된 로버가 외부와 통신이 끊길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헨젤과 그레텔에서 답을 찾았다. 일종의 모선(母船) 역할을 하는 대형 로버가 동굴 입구까지 간다. 이후 작은 로버들이 모선에서 나와 용암동굴 내부를 탐색한다. 소형 로버들은 각자 동굴을 탐사하면서 무선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만약 신호가 약해지면 소형 로버가 거리에 상관없이 중계 센서를 떨어뜨린다. 센서들은 임시 무선망을 구축한다. 소형 로버들이 각자 수집한 정보는 이 무선망을 통해 입구의 대형 로버로 전달된다. 소형 로버는 대형 로버가 보내는 명령이나 사전 입력 정보를 따르지 않고 신호가 약해질 때마다 스스로 판단해 센서를 배치한다.
연구진은 무선 기능을 갖춘 센서 시제품도 개발했다. 핑크 교수는 “우리 탐사 시나리오에서는 소형 로버에 탑재된 소형 센서들이 빵 부스러기가 된다”며 “로버들이 이 센서를 따라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센서를 따라 모선 역할을 하는 대형 로버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논문 제목에 ‘헨젤과 그레텔 빵 부스러기 방식의 능동적 전개 통신 네트워크(A Hansel & Gretel Breadcrumb-Style Dynamically Deployed Communication Network)’를 넣었다.
◇수중 탐사와 탐색구조에도 도움
연구진은 같은 기술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탐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타이탄은 지구의 사해(死海) 같은 염분이 강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는 타이탄을 선회하는 궤도선과 바다에 내린 착륙선 사이에 기구를 띄워 통신을 중계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화성의 용암동굴을 탐사하는 로버들처럼 소형 잠수정들이 빵 부스러기 중계기를 갖고 탐사를 하면, 염도와 수온, 압력 측정 정보를 수면 위의 착륙선이나 기구, 궤도선으로 보내는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공댜의 더크 슐치 마쿠치 교수는 “논문에서 제안한 통신 네트워크는 행성의 생명체 탐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며 “이 방법으로 외계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화성의 용암동굴과 토성 위성들의 지하 바다를 탐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도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로버를 보내고 곳곳에 무선 중개 센서를 배치하면 사람을 대신해 구조·탐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현재 로버가 설치한 중계기를 통해 실질적인 통신망을 구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핑크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헨젤과 그레텔’에게 어떻게 빵부스러기를 떨어뜨려야 그물 같은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지 학습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Advances in Space Research, DOI: https://doi.org/10.1016/j.asr.2023.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