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을 위해 속도를 내야하지만 구체적인 법 조항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민간 전문가 중심의 유연한 조직을 목표로 하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최근 공개한 바 있다. 이달 17일까지 진행되는 입법예고 기간 제시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최종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우주항공청은 우주경제 로드맵에서 제시한 세계 5대 우주기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도전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문가 중심의 유연한 미래 공무원 조직의 혁신모델이 될 것”이라며 “우주항공청을 설치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뉴 스페이스 시대로 진입하는 출발선”이라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이종현 기자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의 조직과 법 조항 등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국내에서 가장 내실있는 우주 관련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쎄트렉아이의 김병진 이사회 의장은 “(특별법에서) 산업화를 전면에 내세운 건 기업에서 온 내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리 대학은 취업중심 대학입니다와 우리 대학은 연구중심 대학입니다는 어감이 다른데, 우주항공청은 후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특별법 제1조는 ‘우주항공산업의 진흥을 촉진’하는 걸 우주항공청 설치의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최남미 박사는 우주항공청이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임무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걸 우려했다. 최 박사는 “우주항공청의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고 각 연구기관에 임무를 부여해주는 것”이라며 “연구기관이 어려움을 겪는 예산 문제 등을 우주항공청이 해결해주고 실질적인 임무나 연구는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병진 의장도 “우주항공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조정 능력과 소통, 외교 능력”이라며 “우주항공청이 직접 기술개발이나 연구개발에 나서려고 하기 보다는 소통이나 협상 같은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와서 국내외 기관과의 협상과 조율에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우주 임무가 적시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조경래 광주과힉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특별법에 보면 천문관측에 대한 소관 사무가 독립돼 있는 반면 의생명에 대한 사무는 뭉뚱그려져 있다”며 “우주인이나 우주의학, 우주생명에 대해서는 우주항공청이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정책부장도 “우주항공청의 소관 사무를 규정한 특별법 제6조 1항의 항목들이 혼선의 여지가 있다”며 “천문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이 우주과학을 확장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원호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구체적인 소관 사무 등은 시행령이나 하위 법령 등을 통해 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항공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도 ‘항공우주’라는 표현을 쓰지 ‘우주항공’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며 “지금의 우주항공청 특별법만 보면 항공이 우주에 지나치게 밀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