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애스트로스케일의 위성이 로봇팔로 우주 쓰레기를 붙잡은 모습의 상상도. 이후 대기권으로 밀어 넣어 불태운다는 계획이다./Astroscale

영국의 우주기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UK)은 지난 8일 고장 난 위성을 지구 궤도에서 제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일본에 본사를 둔 아스트로스케일의 영국 자회사이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우주 공간에서 로봇팔로 고장이 난 위성을 붙잡아 대기권으로 밀어 넣어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영국이 날로 심각해지는 ‘우주 쓰레기(space junk, space debris)’ 문제를 자국 우주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개발에 뛰어들면서 수명이 다한 위성이나 발사체 잔해 등 우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그만큼 우주쓰레기 처리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은 로켓에선 뒤졌지만 쓰레기 처리는 앞서겠다는 전략이다.

영국 애스트로스케일의 우주 쓰레기 제거 방법./Astroscale

◇우주정거장에서 활약한 로봇팔 이용

영국 정부는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국가우주전략에서 우주 쓰레기 처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로켓이나 위성에서는 후발 주자이지만 우주산업 페기물 처리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영국 우주국은 우주 쓰레기 처리 경연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방법을 제시한 업체를 뽑아 2006년 말이나 2027년 초에 우주에서 기술 시연을 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우주국에 코스믹(COSMIC) 임무를 통해 고장난 위성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믹은 ‘혁신적인 포획 기술을 이용한 우주 정화 임무(Cleaning Outer Space Mission through Innovative Capture)’라는 뜻의 영어 문장에서 단어 첫 글자들을 딴 말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로봇팔 캐나다암-2. 영국 아스트로스케일은 이 로봇팔 기술로 우주 쓰레기를 포획할 계획이다./NASA

회사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먼저 처리 위성이 우주 쓰레기에 접근해 로봇팔로 붙잡는다. 로봇팔 끝을 우주 쓰레기의 홈에 끼우는 방식이다. 그 뒤 로봇팔로 우주 쓰레기를 지구 대기권으로 던져 넣어 마찰열로 불태운다는 계획이다. 우주 쓰레기 포획에 쓸 로봇팔은 캐나다 업체 MDA의 영국 지사가 공급한다. 이 회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는 로봇팔 ‘캐나다암2(Canadarm2)’를 만들었다.

◇촉수로 감싸고 그물, 작살로도 포획

영국 우주국은 다른 기업인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가 제안한 방법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문어가 다리로 먹잇감을 감싸듯 촉수 4개로 우주 쓰레기를 붙잡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후 같이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 함께 불태운다는 계획이다.

클리어스페이스는 2019년 유럽우주국(ESA)의 우주 쓰레기 기술 지원 업체로 선정됐다. 클리어스페이스 위성은 2025년 우주로 나가 ESA가 발사한 베스파(Vespa) 로켓의 상단을 포획해 처리하기로 ESA와 계약했다.

영국 정부는 1년 동안 두 회사의 방법을 검토해 최종 우승자를 결정한다. 우승자는 현재 스코틀랜드에 건설 중인 영국 우주발사장에서 처리 위성을 발사해 기술 시연에 나설 예정이다.

영국 클리어스페이스의 우주 쓰레기 처리 상상도. 위성에 달린 촉수 4개로 우주 쓰레기를 붙잡고 궤도를 바꿔 처리한다는 계획이다./ClearSpace

영국 우주국의 우주 쓰레기 제거 임무 담당자인 레이 필딩은 BBC방송에 “2030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이 3만~5만대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중 일부는 고장이 나서 제거해야 할 것”이라며 “영국은 이 산업에서 강력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은 우주 쓰레기 처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8년 영국 서리대는 초소형 위성 큐브샛인 리무브데브리스(RemoveDEBRIS)로 우주에서 작살과 그물을 발사해 가상의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세탁기만 한 크기의 리무브데브리스 위성은 벽돌 크기의 큐브샛을 방출한 다음 7m 앞까지 접근하고 그물을 발사해 포획했다.

지난 2021년 애스트로스케일 일본 지사는 엘사(ELSA)-d 우주선에서 큐브샛을 방출하고 자석으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올 연말 아드라스(ADRAS)-J 위성으로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는 일본 H-2A 로켓의 상단부와 조우해 같이 비행하면서 포획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회사는 2단계로 2025년에 로켓 상단부를 붙잡아 궤도를 바꿀 예정이다.

일본 애스트로스케일은 올 연말 우주 쓰레기 처리 위성 ADRAS-J를 발사해 우주를 떠돌고 있는 일본 H-2A 로켓의 상단부와 조우해 처리를 위한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Astroscale

◇”해양 플라스틱 오염, 우주에서 답습할 수도”

과학계는 전 세계가 우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국제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 플리머스대의 이모젠 나퍼 교수와 미국 제트추진연구소의 킴벌리 마이너 박사 등 과학자 7명은 지난 10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서한에서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국제 합의가 없다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류는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 이래 지난해까지 6370번 우주 로켓을 발사했다. 지금까지 우주에 올린 인공위성만 1만5000여 기에 이른다. 이 중 아직도 작동하는 위성은 절반 정도인 7200여 기이다. 나머지는 작동 불능 상태로 우주 쓰레기가 됐다. 위성을 쏘아 올린 로켓 잔해나 위성 간 충돌로 발생한 파편도 우주 쓰레기를 늘렸다.

유럽우주국(ESA)은 1㎜ 이상 크기의 우주 쓰레기 조각이 1억70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무게는 1만700t에 이른다. 우주 쓰레기는 아무리 작아도 속도가 AK소총으로 쏜 총알의 10배(시속 2만5000㎞)나 돼 우주선이나 위성에 충돌하면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미국은 길이 5㎝ 이상 크기의 우주 쓰레기 3만2300여 개를 잠재적 위험물로 보고 추적 중이다.

과학자들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우주에서 답습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플리머스대의 리처드 톰슨 교수는 사이언스에 “10년 전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행동을 취했다면 지금 그 양이 절반으로 줄 수 있었다”며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다에서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Astroscale, https://astroscale.com/astroscale-on-course-for-first-uk-national-mission-to-remove-space-debris

Science,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g8989

ESA, https://www.esa.int/Space_Safety/Clean_Space/ESA_commissions_world_s_first_space_debris_remo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