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안의 거대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가 라니냐 영향으로 집단 동사했다. /게티이미지

국내 남부지방 가뭄과 폭염의 원인으로 꼽혔던 기상현상인 라니냐가 3년만에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는 라니냐도, 엘니뇨도 아닌 중립 상태로 올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엘니뇨가 시작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 예측했다.

미 국립기상청 기후예측센터는 9일(현지시각) "올해 2월에 라니냐 관련 지표가 거의 사라졌다"며 "현재는 라니냐 또는 엘니뇨가 지구 기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적인 상태'"라고 분석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중태평양보다 서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 현상이 일어나면 한반도 일대에는 고기압이 발달하고 강수량은 적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3년째 지속되는 라니냐 '트리플 딥'을 국내 남부지방 가뭄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최근 수 주 동안 동태평양인 남아메리카 주변의 해수 온도가 급증해 엘니뇨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엘니뇨는 서태평양이 동·중태평양보다 온도가 낮은 상태로 라니냐의 반대라 볼 수 있다. 이미 영국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라니냐가 끝나고 엘니뇨가 시작될 것"이라 예상했다.

엘니뇨가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2016년은 지구 평균 기온이 최고치까지 올라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졌다. 열대우림 손실, 산호 백화, 산불 등이 일어났다. 과학계에서 엘니뇨가 언제 시작할 지 중요하게 연구하는 이유다.

미 국립기상청 소속 기후예측가들은 올해 늦여름에 엘니뇨가 시작할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예측했다. 가을에는 3분의 2로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엘니뇨와 라니냐 관련 수치들이 매년 봄마다 크게 바뀌기 때문에 '엘니뇨 예측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엘니뇨(왼쪽)와 라니냐(오른쪽)가 각각 발달한 겨울철의 기온과 강수를 나타냈다./기후정보포털

◇ 라니냐 끝나고 엘니뇨 온다... 국내 가뭄 영향은

라니냐와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에서 일어나지만 대기와 해양의 흐름을 타고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를 '원격상관'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겨울철 지구 날씨는 엘니뇨와 라니냐 둘 중 어느 것이 발달하는지에 따라 급격히 바뀐다. 미 농무부 소속 기상학자인 브래드 리피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엘니뇨는 '가뭄 브레이커', 라니냐는 '가뭄 메이커'"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렇다면 가뭄의 원인으로 꼽히던 라니냐가 끝나고 엘니뇨가 시작되면 한국의 남부지방 가뭄도 완화될까.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봄철 강수량은 엘니뇨, 라니냐와 큰 관련성이 없지만 라니냐일 때 비가 더 적게 오는 경향이 있다"며 "라니냐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봄 가뭄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한국도 올해 여름부터 엘니뇨가 발달한다면 7, 8월에 들어서면서 강수량이 느는 경향이 있지만 여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으로 일했던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1980년대부터는 엘니뇨와 라니냐를 한국의 기상 기후와 연관짓는 시도가 많았지만 현재는 관련도가 낮다고 본다"며 "라니냐가 약화되면 반드시 가뭄이 해소된다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도 지난달 23일 발표한 올해 3~5월 3개월 전망 해설서에서 '세계 각국의 전망에 따르면 라니냐 상태가 점차 약화되어 중립상태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기상청 관계자도 "라니냐와 엘니뇨 외에 복잡한 요인이 있어 가뭄이 해갈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 해에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바로 전환된 사례는 거의 없다"며 "해수 온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엘니뇨가 시작될 정확한 시점은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