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UN 본부에 모인 193개국 대표들이 UN 공해 생물다양성 조약 합의와 합의를 이끈 레나 리 UN 해양·해양법 대사를 축하하고 있다./싱가포르 외무부

유엔이 이달 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5차 비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공해(公海)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조업과 운항 등 인간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엔 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생물다양성 협약' 제정에 합의했다.

국제 사회가 20년 가까운 협상 끝에 전 세계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구속력 있는 국제해양 조약 체결에 합의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적하고 해양동물 30%를 보호하자는데 합의했다. 193개 유엔 회원국이 참여한 이번 합의는 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한 조치이다.

◇ 공해와 해양 생물 보호 위한 40년 만의 협약

이번에 합의된 조약은 해양 자연을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공해에 해당하는 바다의 30%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해는 국가의 해안에서 200해리(바다 위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또는 약 370.4km 떨어진 국경 수역 밖의 해역을 말한다. 전 세계 바다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모든 국가가 어업과 선박 운행,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탓에 상업적 어업, 채광, 환경 오염의 영향이 커 공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해양 보호에 관한 마지막 국제 협약은 40년 전인 1982년에 체결된 유엔해양법 협약이다. 이 협정은 모든 국가가 어업, 선박 및 연구를 할 권리가 있는 공해라고 불리는 지역을 설정했지만 이 수역의 1.2%만이 보호받고 있다. 보호 구역 밖에 살고 있는 해양 생물은 기후 변화, 남획과 선박 교통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종에 대한 최신 평가에서 약 10%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단체는 채광 과정이 동물 사육장을 방해하고 소음 공해를 일으키며 해양 생물에 유독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더 넓은 공해 보호를 위해 2004년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됐으나 이익 분배와 어업권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20년 넘게 논의 단계에만 머물렀다.

지난해 8월에 열린 회의도 아무 소득없이 끝났지만 마침내 지난달 20일부터 열린 정부간회의에서 조약 합의에 성공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3일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3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하루 뒤인 4일 합의에 이르렀다.

조약에 따라 설정된 이 새로운 보호 구역은 어획량, 선박 항로의 경로, 심해 채굴과 같은 탐사 활동(수면 아래 200m 이상의 해저에서 광물을 채취할 때)을 제한된다. 해양 생물 보호를 관리하고 보호 구역을 설정하기 위한 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해양 동·식물의 생물학적 물질을 뜻하는 해양유전자원과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도 공유하기로 약속했다.

국제 해저 당국은 BBC에 "심해저에서의 향후 활동은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게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 엄격한 환경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큰 걸림돌이었던 '해양유전자원' 극적 합의해

이번 협상은 기금과 어업권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수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해양유전자원의 공유와 이익 분배에 관해선 합의를 하루 앞둔 시점까지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의식차가 있었다.

해양유전자원은 바다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의 생물학적 물질로 의약품, 산업 공정, 식품 등 사회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해양에 최소 1000만 종의 생명체가 살며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위한 귀중한 식품 공급원으로 쓰일 수 있다. 생물의 유전 정보 역시 농작물이나 화장품을 개발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공해에서 얻은 정보와 이익의 소유권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선진국들은 현재 심해를 탐험할 수 있는 자원과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가난한 국가는 모든 혜택을 동등하게 공유하기를 원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이익과 정보의 공유를 조약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최근 협상에서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마이클 임란 카누 시에라리온 유엔 법무 담당 주재 대사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모든 금전적 이익이 환경 보존과 지속 가능한 사용에 투입되어야 한다"며 "공해에서의 활동으로 선진국이 만든 전지구적 생물 다양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결국 2주 간의 논의를 거쳐 해양유전정보를 두고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는 이 협정을 "우리의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와 "다자주의의 승리"로 환영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종에 대한 최신 평가에서 약 10%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 효력 갖기까지는 단계 남아... 한국도 입법 준비중

이번 조약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COP15)에서 196개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해양 등 자연의 30%를 보호 구역으로 정해 관리한다'는 협의 이행에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운동가들 사이에서 공해에 해양 보호 구역을 설정하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COP15 합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이번에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은 "거의 보호되지 않았던 공해에 대한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처음으로 체결했다"며 "지구 표면의 40% 이상을 덮는 공해에서 멸종 위기종과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니콜라 클락 비영리단체 '퓨 자선 트러스트'의 해양 전문가는 "바다를 보호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기회이자 생물 다양성을 위한 주요 승리"라고 밝혔다. 응고지 오구과 나이지리아 해양학및해양연구소 연구책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은 남획과 오염"이라며 "해양 보호 구역에선 대부분의 해양 자원이 회복될 것"이라 밝혔다.

이번에 합의한 조약은 협약은 공식 문구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편집과 번역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회의 때 채택되고 최소 60개국이 동의한 뒤 각국에서 합법화되면 법적 효력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유럽연합은 벌써 국제 해양 보호를 위한 조약을 따르기 위해 4000만 유로(약 552억원) 지원을 약속하는 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서명 및 비준 절차를 적극 추진하면서 필요한 국내입법도 정비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신 조약 초안에는 나라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이먼 웜슬리 세계자연기금 영국 지부(WWF-UK) 해양 수석 고문은 "해양 보호 구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며 "지속 가능한 사용을 할 수 있는 해양을 뜻하는 것인지 완전히 보호되는 해양을 의미하는 지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