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우주선 충돌 실험으로 소행성(小行星)이 1000t이나 무게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선 자체도 큰 힘을 전달했지만, 충돌 직후 소행성에서 이처럼 엄청난 양의 암석들이 분출되면서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이 전달됐다고 밝혀졌다. 이를 활용하면 앞으로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효과적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이 지난해 다트(DART) 무인 우주선과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의 충돌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 5편으로 발표했다. 소행성 궤도를 바꾼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충돌 이후 소행성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추적 관찰한 결과들이다.
◇우주선보다 암석 분출이 더 큰 힘 발생
다트는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란 의미의 영문 약자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를 우주선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9월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 시각)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다트를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시켰다.
길이가 약 160m인 디모르포스는 충돌 전 길이 780m인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위를 11시간 55분 주기로 돌았다. 다트의 충돌 속도는 초속 6.6㎞로, 시속으로 따지면 약 2만4000㎞, 마하 19를 넘는다. 과학자들은 마하 19 속도의 골프 카트로 피라미드를 때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과학자들은 충돌 실험 이후 지상의 천체망원경으로 디모로포스의 공전 주기를 관측했다. 두 소행성의 밝기를 이전과 비교하면 궤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디모르포스의 공전주기는 약 33분 단축된 것을 밝혀졌다. 인류가 최초로 천체의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공전 시간 단축은 당초 나사가 설정한 성공 기준치보다 25배나 됐다. 다트 충돌이 성공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캐롤린 에른스트 교수는 "다트 우주선은 디모르포스의 중심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충돌해 운동량 전달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다트는 소행성의 중심에서 25m 옆에 충돌했다.
다른 요인은 소행성에서 분출된 암석들이다.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의 크리스티나 토머스 교수는 "다트 충돌은 당구공을 치는 것과 비교하지만 소행성은 단단한 암석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밝혔다. 디모르포스는 아주 약한 중력으로 암석들을 느슨하게 붙잡고 있는 형태란 것이다. 이 충격으로 약 430만t 무게인 디모르포스에서 암석 1000t이 분출됐다.
소행성 질량 중 0.3~0.5%가 밖으로 분출된 것이다. 이때 발생한 운동량은 우주선 충돌이 전달한 것보다 3.6배나 됐다. 행성과학연구소의 지안-양 리 박사는 "이 기술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때 거대한 우주선이 없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혜성처럼 꼬리 달린 모양으로 바뀌어
과학자들은 충돌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했다. 다트가 소행성에 초속 6㎞ 속도로 돌진하면서 가장 먼저 태양전지판이 길이 6.5m의 암석에 부딪혔다. 100만분의 1초 직후 우주선 본체가 그 옆 암석에 충돌했다. 이로 인해 소행성은 모양이 혜성처럼 바뀌었다. 허블 망원경은 충돌 직후 디모르포스에서 충돌 충격으로 뿜어져 나온 분출물이 약 1만㎞에 걸쳐 긴 먼지 꼬리를 형성하고 끝 부분에서 두 가닥으로 갈라진 현상을 포착했다.
혜성은 소행성(小行星)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이지만, 꼬리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디모르포스는 다트 충돌 이후 혜성처럼 꼬리가 생겨 이른바 '활성 소행성(active asteroid)'으로 분류됐다. SETI(외계지적생명체탐사) 연구소의 아리엘 그레이코브스키 박사는 "활성 소행성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 태양계 초기 형성 과정을 역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연구소의 프랭크 마치스 박사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들과 함께 지상 망원경으로 소행성의 충돌 전후 과정을 관측했다. 충돌 이후 소행성은 색이 붉게 변했다. 노던 애리조나대의 토머스 교수는 "디모르포스에서 많은 양의 물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내부가 노출돼 붉게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디모르포스 충돌에 대한 현장 감식도 추진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24년 현장 관측용 무인 탐사선 헤라(Hera)를 발사한다. 헤라는 2026~2027년 디모르포스 주변에 도착해 소행성의 궤도와 질량 변화를 조사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05-2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10-5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11-4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78-z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