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원전 ‘스마트(SMART)’ 모형.

한동안 수출길이 뚫리지 않아 도태 위기에 빠졌던 한국형 중소형원자로 ‘스마트(SMART)’의 해외 수출이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2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의 브라이언 진 일자리경제북부개발 장관, 라잔 소니 무역이민다문화주의 장관이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을 방문했다. 두 장관은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을 직접 만나 스마트 도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캐나다 앨버타주는 현재 오일샌드 채굴을 위한 시설을 가동 중인데 여기 필요한 전력을 스마트를 통해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양국의 적극적 협력 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는 말을 두 장관이 전했다”고 말했다. 오일샌드는 지하에서 생성된 원유가 지표면 근처까지 올라오던 중 수분이 빠지면서 돌, 모래와 함께 굳은 형태의 원유다.

두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국에 들어와 일주일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캐나다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동안 원자력연뿐만 아니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 등 원자력 관련 기업 관계자들과도 만남을 가진다.

원자력연은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 주지사를 초청하려 했으나 케니 주지사 측은 일정 문제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을 방문한 캐나다 앨버타주 관계자들이 국산 소형 원자로 ‘스마트’의 안전성 실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스마트 도입에 관한 논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에 오지 못한 케니 주지사는 지난해 8월 원자력연을 방문하며 스마트 도입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스마트의 기술력와 안전성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기도 했다.

스마트 원전은 한국형 표준원전(OPR1000)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신형 경수로(APR1400)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원전이다. 스마트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재펌프가 용기 하나에 전부 들어간 일체형 원자로다

발전 용량이 기존 대형 원전의 10분의 1 규모다. 일반 원전 건설비(3조~4조원)보다 적은 1조원 정도면 지을 수 있고,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담수화 기능도 갖춰 대형 원전을 지을 자금이 부족하거나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국가를 공략할 수 있는 수출 상품이다. 소도시나 산업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평가 받는다.

원자력연은 지난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스마트의 표준 설계 인가를 받아냈다. 표준 설계 인가란 같은 설계의 발전용 원자력발전소를 여러 곳에 건설할 경우 원안위가 성능, 안전성과 같은 것들을 평가한 뒤 내주는 인가다. 스마트가 이미 11년 전 기술적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스마트(SMART) 원전 형태를 설명하는 그래픽. 왼쪽은 여러 기관들이 전부 따로 떨어져있는 기존 원전, 오른쪽은 그 기관들을 전부 용기 하나에 압축시킨 스마트 원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스마트를 국내에 짓기 어렵게 됐다. 2015년 가까스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도 했다. 석유 고갈에 대비해 원자력을 전략적 과제로 삼은 사우디 정부는 스마트 도입 조건으로 스마트 원전 2기의 건설 부지와 인력 양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최근 수년새 멀어지면서 스마트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실제 이용 사례가 없던 탓에 해외 수출도 어렵게 되면서 스마트는 먼지 쌓인 기술이 됐다. 정부는 스마트 개발을 위해 1997년부터 약 3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결과적으로 돈낭비와 다름 없게 된 것이다.

적극적으로 스마트를 도입하기 원하는 캐나다라는 새 고객이 나타나면서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캐나다 앨버타주 측은 스마트 현지 건설 비용, 관련 규제안 등 여러 구체적인 문의를 꾸준히 해오며 스마트 도입에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원자력연 또한 스마트 수출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만약 수출이 성사된다면 한국 원전 역사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