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신설에 대한 입법안을 공개했다.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 불리면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공무원 급여에서 벗어난 유연한 보수체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육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고, 조직·인력·급여 등 운영에 필요한 특례 조항이 담겼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에는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부처로 흩어져있던 우주항공 관련 기술개발과 산업육성 지원, 우주위험 대비, 인재양성의 기능을 우주항공청으로 이관해 우주항공 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의 소관인 우주개발진흥법과 우주손해배상법, 전파법, 천문법을 포함해 산업부의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에 대한 사무는 우주항공청장으로 승계된다.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장관 소속이지만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 조직으로 구성된다. 청장 한 명과 차장 한 명을 두고, 이외 새로 유입된 민간 전문가들은 최대 10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임기제공무원 형태로 임용된다.

우주항공청 내에는 별도의 본부가 설치돼 ‘청장-1차장-본부’의 조직 체계로 운영된다. 청장은 훈령을 통해 본부 소속의 과 단위의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해체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과 단위 조직 개편은 총리령이나 부령으로만 가능하지만, 우주항공 분야 특성상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훈령으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인력 확보와 관련해선 민간 전문가 임용 제한을 완전히 삭제했다. 현재 각 부처 임기제공무원의 보직자 채용은 전체의 20%로 제한됐지만, 우주항공청은 모든 보직자에 제한 없이 민간 전문가를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과 복수국적자도 임용할 수 있다.

민간 전문가 채용 권한은 모두 우주항공청장에게 위임된다. 급여는 현행 공무원 보수 수준을 초과할 수 있도록 책정됐으며, 기술개발 성과로 기술료가 발생하는 경우 연구자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된다. 특히 우주항공청 임기제공무원들에게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주식백지신탁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공직자로서의 재산공개 절차는 거쳐야 한다.

우주항공청 임기제공무원들이 퇴직한 이후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퇴직 후 취업과 업무 취급 심사는 우주항공청에서 실시한다. 또 업무상 필요한 경우 외부 기관으로의 파견·겸직도 일부 허용된다.

법안에는 우주항공청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 집행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주항공청장은 연구개발 목표나 방법을 변경해야 할 시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예산을 변경할 수 있다. 또 우주항공 기술개발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금도 설치될 예정이다. 다만 기금은 재원 마련을 위해 2년의 유예기간을 갖는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으로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된다. 우주항공청장은 국가우주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하며, 실무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우주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제정안이 우주항공청에 대한 최소한의 틀만 제시했고 방향과 조직 운영, 처우 등에서 논란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직 운영이나 기존 연구기관과의 역할 분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설명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민간 전문가를 원활하게 임용하기 위해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던 보수체계도 명확하지 않다. 추진단이 가장 많이 참고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최고 연봉이 2억~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급여가 어느 정도 수준일 것이라는 답변은 못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청 설립 근거와 철학은 빠진 채 인재 유입과 행정조직 혁신에만 초점을 맞췄고 이 역시 목적이 불분명한 채 법적인 틀 갖추기에만 급급한 형태로 공개됐다는 지적도 내놨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7일까지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확정하고, 연내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할 계획이다. 법안은 행정안전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올해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특별법을 통해 우주항공청에 최고의 인재가 유입되고 전문성을 주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무원 체계를 도입하겠다”며 “연내 우주항공청을 설치해 2045년 글로벌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주경제 로드맵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