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웅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이산화바나듐 기반 뉴로모픽 반도체소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사람의 뇌 신경을 모방해 초저전력 고성능의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자가 개발됐다. 이 소자는 금속에서 절연체로 변화하는 물질의 전기저항 변화를 이용해 다진법을 구현할 수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홍웅기 책임연구원과 장훈수 한국화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이 뇌 신경의 신호 체계와 유사한 병렬 구조의 나노 소자를 제작하고, 다중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간의 뇌를 모사해 만든 컴퓨팅 시스템을 '뉴로모픽 컴퓨팅'이라고 한다. 뇌 신경은 뉴런을 병렬로 연결하는 시냅스로 의미 있는 자극만 뉴런으로 전달하고, 이외의 신호는 무시해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뇌 신경과 마찬가지로 고효율·저전력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주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처럼 데이터 규모가 큰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시냅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재로 바나듐과 산소를 혼합한 이산화바나듐을 사용했다. 산화물 반도체인 이산화바나듐은 온도나 압력과 같은 자극에 따라 금속상에서 절연체상으로 바뀌는 상전이(외부 조건에 따라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의 특성을 가진다. 특히 이산화바나듐은 실리콘이나 유리와 같은 기판 위에 있으면, 기판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구조의 변화가 생긴다.

연구팀은 여러 개의 이산화바나듐을 600㎚(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소자로 이뤄진 병렬 구조로 제작해 전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산화바나듐 구조는 뉴런의 스파이크 신호가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가듯이, 외부자극으로 금속에서 절연체로 변하는 시냅스 연결 구조를 구현했다.

이산화바나듐 소재의 상변화 과정은 결정구조 변화에 따른 분광 신호와 라만복합현미경을 활용한 전기 신호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다중저항 변화의 구조적 해석은 전산모사 모델링으로 수치화했다. 새로 개발된 스위칭 메모리 소자는 이진법 기반의 컴퓨팅이 아닌 여러 가지 저항 상태를 표현·저장할 수 있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진법 기반 컴퓨팅보다 최소 2배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웅기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다양한 신소재들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바나듐은 뉴로모픽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며 "앞으로 저항 변화형 시냅스 소자 기반의 정보의 비휘발성 제어, 머신러닝 접목 가능성 등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BSI의 연구장비개발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선행융합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성과는 미국 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CS 응용물질 및 계면' 온라인판에 이달 14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 DOI: https://doi.org/10.1021/acsami.2c21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