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해 9월 평안북도 태천 일대의 저수지에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이달 18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청주 기지와 주한미군 군산 공군기지를 염두에 둔 듯 동해상에 600mm급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에 따르면 2022년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69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다 횟수로 동북아시아 지역은 새로운 화약고로 떠올랐다. 올해도 새해 첫날에 이어 이달 18일, 20일까지 세 차례 발사를 감행했다.

앞으로도 동해로 미사일 발사시험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대량으로 미사일이 계속해서 바다에 떨어지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까.

미사일이 떨어지는 횟수에 비해 바다의 자연 정화 기능이 크다는 판단에서인지 아직까지 미사일 발사 실험과 바다 오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잦은 미사일 발사 실험이 소음과 대기 오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순간 대기오염 물질 급증해

인도 국방연구개발연구소와 파키르모한대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인도 오디샤주 찬디푸르와 다르마의 통합시험장에서 진행된 17차례의 프리트비 미사일 발사 실험의 환경 영향을 평가해 그 결과를 2014년 공개했다.

미사일은 로켓에 유도 장치를 붙여 원거리에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유도무기다. 로켓은 연료 종류에 따라 액체연료 로켓, 고체연료 로켓, 두 방식을 복합한 하이브리드 로켓 등으로 나뉜다.

연구진은 로켓의 추진체에서 연료를 산소나 산화제로 태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스 물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그 영향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추진체가 질소 기반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질소 산화물의 독성 가스가 대기로 유입될 것이라 가정하고 실험을 계획했다.

연구진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과 발사 중, 시험 발사 후 1시간이 지난 시점에 미사일 발사대에서 25m, 50m, 100m 떨어진 곳에서 공기를 채집했다. 호흡하는 과정에서 '흡입될 수 있는 입자 물질(RPM)'의 총량을 측정했는데 발사 전에는 인도 중앙오염관리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치인 100µg/m³ 이내에 해당하는 55~65µg(마이크로그램)/m³이던 오염물질이 발사를 하는 동안 8배에 해당하는 138~420µg/m³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올라간 오염물질은 발사 후 1시간이 지나자 다시 기준치 이하로 되돌아왔다.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의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두 기준치 이하이거나 미미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구진은 해당 물질이 시험 지역의 지리적 위치와 해안에 부는 바람 덕분에 때문에 빠르게 희석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시간에 따른 독성물질의 희석률과 동식물 등 지역 환경과 기후에 독성 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 소음 발생, 중금속 오염... 생태계 영향 분석해야

미사일 발사 실험은 소음 문제도 야기한다. 인도 연구진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소음도 측정했다. 17회에 이르는 발사 실험을 분석한 결과 소음은 최소 109.8dBA(A-가중 음향 레벨)부터 최대 142.3dBA 사이로 수 초 동안 지속됐다. 'dBA'는 일반적인 소음의 단위인 dB(데시벨)에 인간의 귀가 소음을 느끼는 민감도를 더한 단위다. 사람의 귀는 저주파보다 고주파에 더 민감한 것을 반영한다.

국내 소음 환경기준은 50dB(A), 작업 공간에서의 소음 기준치가 80~90dB(A)로 지정돼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연구진이 관찰한 미사일 발사 소음은 기준을 훌쩍 넘는다. 미 연방철도청은 열차가 빨리 달려도 소음이 100dB(A)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 이상의 소음은 야생동물이나 가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미사일 발사 실험과 관련한 소음 연구가 있다.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가 사용하는 보령 공군사격장 주변의 11개 실내·외 지점에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지대공 미사일인 호크, 미스트랄, 패트리어트, 천궁 등의 미사일 사격시 소음을 측정한 사례가 있다. 패트리어트, 미스트랄, 천궁의 미사일 3종으로 사격대회를 할 때 실내·외 소음은 각각 최고 93.2, 117.1dB(A)까지 나타났다. 호크, 미스트랄 미사일을 개별적으로 사격할 땐 실외 평균 최고 110.0, 105.7dB(A)의 소음이 발생했다.

보령 사격장 주변 환경 만족도를 분석하기 위해 소음측정 지점 부근에서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행했더니 65%가 사격소음으로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30%로 가장 높았고 대화 어려움(13%), 수면 장애(9%), 가축피해(4%)가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 대상의 30%는 사격장 이전과 소음예방이 필요하다는 개선 의견을 냈다.

◇무기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

군사전문가들은 바다로 가라앉은 미사일들이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나 산화제에 독극물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연소를 마친 후에 추락하므로 남은 물질이 바다를 오염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해와 서해 등에서 현무와 에이태킴스(ATACMS) 등 지대지미사일 시험과 대응 발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국방부 산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의 ICBM에 쓰인 액체연료 로켓은 사산화이질소라는 독성 물질을 산화제로 이용한다"며 "연료도 강한 발암성 독성 물질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누리호가 액체산소나 케로신 같은 비교적 친환경적 연료를 쓰는 것과 큰 차이다. 만약 북한 미사일이 산화제나 연료를 모두 태우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지면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체계가 가져온 환경 문제에 대해 연구는 아직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칫 안보 발목잡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비축만 될 뿐 심각한 오염을 곧바로 유발할만큼 대량으로 활용되지 않다보니 연구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건물이나 공장에 떨어진 미사일이 유발하는 오염이 문제가 제기되면서 환경 영향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환경단체 '에코액션(EcoAction)'은 지난해 4월 전쟁 초반 약 20일 동안 러시아가 900개에 이르는 미사일로 민간과 군사 기반 시설을 공격해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포름알데히드 같은 독성 물질이 대기에 퍼졌다고 밝혔다.

북한도 미국 무기 실험과 실전에 사용된 무기들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며 비방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021년 "미국이 1000여 차례 핵실험으로 오존층을 파괴했다"며 "경북 성주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해 전자파 피해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공격에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 환경을 오염을 유발했다며 환경 문제로 접근했다.

참고 자료

Satpathy JK, Panigrahi Tanuja, Sahu SK, Panda RB.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of missile test Firing. Discovery, 2014, 14(36),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