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 LG 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디도스(DDoS) 공격으로 인한 인터넷 서비스 장애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사 관계자가 당시 상황에 대한 개요와 대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우리의 기술 경쟁력은 미국, 유럽 등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올해 한국이 주목해야 할 미래 핵심 트렌드로 '데이터 보안 시대'를 꼽고, 데이터 보안과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10대 미래유망기술을 선정해 27일 발표했다. KISTEP은 2009년부터 매년 미래유망기술을 예측, 발굴해 발표하고 있다.

KISTEP은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 등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 보안과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163제타바이트(ZB)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면서 해킹이나 데이터 위변조, 오남용의 위험도 증가하는 추세다.

KISTEP이 선정한 데이터 보안 관련 10대 미래유망기술은 ▲자율 무인 이동체 활용을 위한 인프라 통합 보안 기술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사이버 보안 관제 및 자동대응 기술 ▲5G·6G 네트워크 보안 기술 ▲제조(산업) 공급망 및 시스템 보안 취약점 진단 자동화 기술 등이다.

문제는 10대 미래유망기술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경쟁국보다 낮다는 점이다. KISTEP은 논문 및 특허 점유율 등 양적인 측면에선 중국이 앞서고 있고, 특허 영향력 같은 질적인 측면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양이나 질 모두 중하위권에 위치했다.

실제로 10대 미래유망기술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건 인공지능 기반 사이버 보안 관제 및 자동대응 기술의 논문영향력뿐이었다. 다른 기술 분야에선 대부분 2~5위 정도에 그쳤다.

박창현 KISTEP 기술예측센터장은 "상대적으로 논문 영향력 및 특허 영향력이 낮은 보안기술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고, 경쟁력이 높아 성과가 예상되는 보안기술에는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법·제도 개선과 인력양성, 인프라 확보 같은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자암호기술 등과 같은 신기술 적용을 위한 평가검증 제도나 전문인력 수급을 위한 보안인력 양성 프로그램, 보안 기술 적용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도 필요하다.

정병선 KISTEP 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와 관련된 보안·보호 이슈는 혁신적인 기술을 민첩하게 선점·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선정한 10대 미래유망기술의 논문영향력과 특허영향력을 고려하여 차별화된 기술 선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