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가 탄생한 지 5억~7억년 지난 시기에서 찾은 거대 은하들. 초기 우주에는 작은 규모의 은하만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거대한 규모의 은하로 밝혀졌다. 맨 아래 왼쪽 은하는 우리은하와 비슷한 수의 별을 갖고 있지만 밀도는 30배나 됐다./NASA, ESA, C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초기 우주에서 우리은하와 규모가 비슷한 거대 은하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지금까지는 우주 생성 초기에는 작은 은하가 먼저 생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합쳐져 거대 은하로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후속 연구에서 사실로 입증되면 우주론을 새로 쓸 수밖에 없는 중요한 발견이 될 전망이다.

호주 스윈번 공대의 이보 라보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138억년 전 빅뱅(Big Bang·우주대폭발)으로 우주가 탄생한 지 5억~7억년쯤 지난 시기의 우주에서 거대 은하로 추정되는 천체 6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지난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우주 관측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부터이다.

이번에 관측된 거대 은하는 질량이 최대 태양의 1000억배에 이른다. 이는 우리은하와 맞먹는 규모이다. 연구진은 은하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통해 나이를 추산했다고 밝혔다. 라보 교수 연구진은 "관측된 은하의 질량은 예상치를 벗어난다"며 "추가 분광 연구로 확증되면 우주 진화과정에서 은하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거대하게 자랐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구조./조선DB

◇기존 이론 뒤집는 우주 파괴자

연구진은 이번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우주 나이의 3%에 불과한 시기에서 나온 빛을 관측했다.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는 이른바 적색편이(赤色偏移) 현상을 이용해 초기 우주의 은하를 발견하고 있다. 적색편이는 우주 팽창 때문에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이다.

적색편이는 사이렌 소리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가 다가오면 소리가 높게 들리지만, 지나쳐 멀어지면 소리가 낮아진다. 높은 소리는 파장이 짧고 낮은 소리는 파장이 길다. 마찬가지로 초기 우주의 천체는 우주 팽창에 따라 멀어져 빛의 파장이 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친다.

이번에 관측한 은하는 모두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앞서 다른 연구진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이미 135억년 전 은하도 발견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견한 이 은하들은 이번과 비교하면 훨씬 왜소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은하들은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최대 100배는 거대하다고 분석했다. 규모를 반으로 잡아도 놀라운 발견이란 것이다.

논문 공동 저저인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조엘 레자 교수는 "이번에 관측한 시기의 우주에서는 작은 아기 은하만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우리가 발견한 은하들은 우리은하처럼 성숙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존 이론에 치명적인 발견이라고 '우주 파괴자(universe breakers)'라는 별명을 붙였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가 탄생한 지 5억~7억년 지난 시기에서 찾은 거대 은하들. 초기 우주에는 작은 규모의 은하만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거대한 규모의 은하로 밝혀졌다. 맨 아래 왼쪽 은하는 우리은하와 비슷한 수의 별을 갖고 있지만 밀도는 30배나 됐다./NASA, ESA, CSA

◇후속 분광 연구 통해 확증해야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천체가 은하가 아니고 초거대 블랙홀일 가능성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천체의 질량은 이 시기 우주에서 가능하다고 본 규모보다 100배나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관측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실수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검토를 거듭했지만 아직은 실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의 책임연구원인 김상철 박사는 "다음 할 일은 분광 관측을 통해서 검증하는 일"이라며 "쉽지는 않고 오래 걸릴 수는 있겠지만 가능하고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물질마다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이를 통해 천체의 구성 성분을 알아내는 것이 분광 분석이다. 김 박사는 "분광 분석을 통해 결국 틀리지 않았다고 결론이 나면 기존의 은하 형성 이론과 우주론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786-2